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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l 07. 2021

폭염→폭우→폭풍 ‘3폭 시대’…인류 스러진다

[기후변화 WITH YOU]기후변화, 이제 ‘우연’ 아닌 ‘추세와 흐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021년 7월 4일 촬용한 허리케인 엘사. [사진=NASA]

3폭 시대, 우리를 두렵게 한다

‘폭염이 몰려오더니 이어 폭우가 쏟아지고 연이어 폭풍이 휩쓴다.’      

최근 전 세계적 기후 유형을 두고 ‘3폭 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극심한 고온, 극심한 강우, 극심한 바람 등을 말합니다. 지구 가열화(Heating)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극심하고 평균 이상인’ 날씨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인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저는 매일 기후위기와 관련된 기사를 씁니다. 세계기상기구(WMO), 네이처 기후변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의 사이트에 아침마다 접속합니다. 모두 기후위기와 관련된 전문 연구기관으로 전 세계적 이상기후와 기후변화에 대한 소식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몇 년 사이 이들 사이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Extreme(극심한)’ ‘Exceptional(예외적)’ ‘Wildfire(산불)’ ‘Heatwave(불볕더위)’ 등입니다.        

이런 현실임에도 날씨와 기후 예보는 예전과 다르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 지체(Cultural Lag)란 말이 있죠. 새로운 문화 요소의 등장은 매우 빠른데 이에 대처하는 제도와 법률은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날씨와 기후 예보에도 이처럼 틈이 생기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예보 수준은 예전과 같으니 정확한 예보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예보지체(Forecasting Lag)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세계기상기구(WMO)는 “극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나라별로 이에 대비하는 조기 경보시스템 등 기상예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전 세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특히 남태평양 섬나라와 아프리카 지역은 매우 취약합니다. 이 지역에 폭염과 폭우, 사막 메뚜기떼가 발생하면 예보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날씨, 우연아닌 이젠 추세와 흐름


폭염과 폭우, 폭풍이 한 번 정도 특이하게 발생했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폭염과 폭우, 폭풍’이 갈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심한 날씨’는 이제 우연이 아니라 추세가 되고 큰 흐름이 되면서 특정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매년 벌어지는 특이한 일이 아니라 앞으로 매년 반복되는 유형이 됐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2021년 올해 들어 이 같은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고온의 더위가 이어지더니 곧이어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남부 지방에서는 시간당 7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전남 해남군에서는 누적 강수량이 433㎜로 집계됐습니다. 뒤이어 태풍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도 비슷한 유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북미 북서부와 캐나다 지역은 최근 연일 4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로 수백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고기온이 50도 가깝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열돔(Heat Dome)’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 또한 지구 가열화와 무관치 않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극심한 불볕더위는 점점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는 물론 애리조나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 이상의 기온이 예상되고 서부 지역에 자리 잡은 극심한 가뭄을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국 플로리다와 텍사스 남부 등 걸프 해안을 따라 폭우가 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NOAA 측은 “지역 곳곳에 돌발 홍수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폭우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대서양은 이제 ‘허리케인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올해 대서양에서 처음 발생한 허리케인 엘사(ELSA)로 쿠바에서는 18만 명이 대피했습니다. 아이티 등에서 3명이 숨졌습니다. 엘사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NOAA 측은 “허리케인 엘사는 며칠 동안 북서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 에 폭풍 해일, 바람, 비가 올 위험이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극심하고 예측불허라는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지역별 사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NOAA 측은 “최근 북미 북서부를 강타한 불볕더위는 또한 산불의 위험을 높이고 심각한 가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19(COVID-19)와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치료제와 백신이 부족한 가운데 이미 수백만 명이 숨졌습니다. 감염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불가능합니다. 기후위기는 이 같은 코로나19보다 100배는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제때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수천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딜까요. 가장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 있습니다. 지역에서 감염을 차단하지 못하면 감염 확산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대응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단위의 지방정부에서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계산조차 불가능할 정도가 될 것입니다.

2100년, 즉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기온이 2도 정도 상승하면 지구는 더는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 수준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열대성 폭풍인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풍이 더 많은 수증기 등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 등 여러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2019년에서 2020년까지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히말라야, 안데스, 알프스 등 고산지대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원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51GvQ95y3EE


"이런 6월은 없었다."     

     

잔인하고 위험한 2021년 6월 폭염이 북미를 포함해 북반구를 덮쳤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1년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이례적 폭염으로 6월이 지나갔다(June ends with exceptional heat)’라는 기사를 전 세계에 내보냈습니다. 이어 이번 불볕더위는 ‘위험한 폭염(dangerous heatwave)’이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이례적이고 위험하고 극심한 불볕더위가 찾아왔다는 겁니다.     

WMO는 북서부 미국과 서부 캐나다에서 섭씨 45도를 웃도는 6월 날씨가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극심한 폭염은 건강에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폭염으로 수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농업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파괴적입니다. 특히 이번에 폭염이 덮친 북미 지역은 이 같은 고온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고 에어컨을 갖춘 곳이 별로 없다는 데서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폭염-건강 조기경보가 사망은 물론 여러 악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WMO는 주문했습니다. 6월 마지막 일요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리턴 지역은 섭씨 46.6도를 기록했습니다. 1937년 7월 5일 세운 기록보다 1.6도나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온도는 더 올라 47.9도에 이르렀습니다. 6월 30일에는 49.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2021년 6월 캐나다는 49.6도를 기록하기로 했다. [사진=WMO]


아르멜 캐스텔란(Armel Castellan) 캐나다 기상학자는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고온 현상이 여러 날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탈수 상태에 빠지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이례적 고온을 경험해 보지 않았고 또한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경고했습니다.      

캐스텔란 박사는 “6월 말 야간 온도 최저치가 평균 낮 최고치보다 더 높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며 “더위를 식혀줄 인프라가 부족한데 해안에서는 가정의 40% 미만이 에어컨을 갖추고 있어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에어컨을 틀기 위해 도서관과 쇼핑몰에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시애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애틀은 지난 6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섭씨 40도를 기록하더니 월요일에는 41.7도까지 치솟았습니다. 한편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WMO 측은 ‘열돔(Heat Dome) 현상’을 꼽았습니다. 열이 제트 기류에 의해 이동하지 못하고 차단되고 갇히면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6월 폭염은 북미뿐 아니라 북반구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아라비아반도, 동유럽, 이란과 북서 인도에서 이례적 초여름 무더위를 보였습니다. 하루 최고 기온은 북반구 여러 지역에서 섭씨 45도를 넘어섰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는 50도에 달했습니다. 서부 리비아는 6월 평균 기온보다 올해 10도 이상 높은 기온을 보였습니다.      

오마르(Omar Baddour) WMO 기후 모니터링 박사는 “올해 북반구를 덮친 초여름 무더위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농도가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오마르 박사는 특히 폭염이 예전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면서 건강에 점점 더 큰 피해를 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잔인하고 위험한 6월’ 날씨가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CT3Iys0MF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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