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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l 07. 2021

열대우림이 고통받고 있다

[기후변화 WITH YOU]인도네시아의 녹색의 ‘파푸아’…벌채로 몸살

최근 우리나라 산림청이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어 ‘탄소 중립’에 나서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찬반 의견이 첨예합니다. 푸른 숲에 있는 나무를 벌채한 뒤 묘목을 심겠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놓고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기 마련입니다. 산림청은 왜 이 같은 정책을 내놓았을까요? 


"건강한 숲은 어떤 것인가"


저도 궁금했습니다. 누가 봐도 나무를 베어낸다는 것은 ‘벌채’에 해당하고 숲을 파괴하면서 생물 다양성도 훼손될 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얼마 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기구입니다. 국무총리와 함께 윤순진 서울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윤순진 위원장은 산림청의 정책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가진 논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한쪽에서는 멀쩡한 나무를 베어낸다고, 나무는 오래될수록 흡수능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 산이 정말 멀쩡한지 검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림청은 지금 우리나라 산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조림사업은 1970~80년대 주로 했습니다. 당시 나무를 심을 때 산이 황폐해진 상태여서 토질 회복과 산사태 예방을 위해 흙을 붙잡아 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에 밀식(촘촘히 심음)을 많이 했습니다. 

중간중간 간벌(나무를 군데군데 베어냄)을 통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산은 67% 정도가 사유림입니다. 산주가 해당 지역에 사는 경우가 아닌 부재 산주가 대부분이라고 하는군요. 산주가 산을 건강하게 잘 보존했을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도 없습니다.

바깥에서 보기에 우리나라 산은 푸르고 짙다고 생각합니다. 산림녹화에 그 어느 나라보다 성공한 국가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우리나라 산은 건강한가라는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 산림을 건강하게 가꿀 때는 정기적으로 간벌을 통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산은 임도가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 간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합니다.

윤순진 위원장은 “최근 이런 전후 사정 설명 없이 나무를 무더기로 잘라놓은 민둥산의 이미지만을 부각돼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림에 대해 과학 경영,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부족했는데 이번 기회에 바꾸자는 게 산림청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의견을 놓고 어떤 게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윤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관련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논의가 없었던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많은 정보와 자료를 놓고 이해관계자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사회적 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윤순진 위원장은 덧붙였습니다. 

      

2002년 파푸아. 푸른 숲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사진=NASA 기후변화]

    

2019년 파푸아. 남부 지역에 큰 농장 등이 들어섰다. 산림벌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NASA 기후변화]

푸른 녹색의 파푸아, 산림벌채로 몸살  


자, 이제 열대우림으로 가볼까요. 전 세계 녹지와 생물 다양성이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파푸아(Papua) 숲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규모 농장 건설 등 인프라 구축으로 산림벌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푸아는 ‘서부 뉴기니’로 부르기도 합니다. 파푸아뉴기니와 접경지대인데 파푸아는 인도네시아 땅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는 최근 파푸아 열대우림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비교 사진을 실었습니다. NASA 랜드샛 위성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파푸아에서 약 75만 헥타르의 산림이 개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섬 전체 산림의 약 2%에 이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 벌채가 아니었습니다.       

이중 약 28%가 산업 농장(야자나무와 펄프 등) 개발이었습니다. 이어 이동 재배용 23%, 벌목용 1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도로건설, 화재 진압에 필요한 기반 시설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한마디로 경제개발을 위해 숲을 무참히 훼손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브라질의 아마존도 심각한 산림 훼손으로 산불이 일어나고 생물종이 파괴되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파푸아는 인도네시아의 우림입니다. 지구의 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식물 종의 10%가 여기에 삽니다. 전 세계 포유류의 12%도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새의 17%는 파푸아가 안식처입니다. 아마존과 콩고분지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열대우림으로 꼽힙니다.          

세계산림감시 기구인 GFW(Global Forest Watch)는 최근 인공위성 등이 20여년 동안 파푸아의 변화를 관측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파푸아 우림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7~2019년에 특히 산림벌채가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ASA의 랜드샛 위성 데이터와 메릴랜드대 연구팀의 분석으로 이번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등에서는 최근 벌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파푸아 등 다른 지역으로 그 현상이 이동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입니다.

파푸아(서부 뉴기니)도 이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파푸아는 그동안 험준한 지형과 부족한 교통 인프라로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경제 발전이 뒤처진 곳이었습니다.      

메릴랜드대가 산림 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더니 저지대 열대우림과 늪지대 숲을 개간해 대규모 농장을 조성한 남부 파푸아 지역이 포착됐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삼림벌채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강 마을 근처의 일부를 포함해 특히 대규모 대지가 사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파푸아 열대우림의 파괴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비영리 연구기관의 오스틴(Kemen Austin) 분석가는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에서 삼림벌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개발로 농장 개발에 적합한 토지가 더는 없고 특히 토지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반면 파푸아는 다음 개척지로 여겨지고 있고 최근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농장이 건설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오스틴 분석가는 2019년 인도네시아 삼림벌채의 원인에 관해 연구한 바 있는 전문가입니다.       

여기서 전 세계적으로 열대우림과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숲과 생물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산림벌채는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산림벌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에 나선 브라질과 파푸아 개발에 뛰어든 인도네시아 등은 “가난한 나라가 낙후한 경제개발을 위한 것인데 이 정도 피해는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항변합니다. 개발도상국가로서 경제개발과 식량 확보 등을 위해 하는 것인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관점입니다. 이 또한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실제 지금 문제가 되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을 미국과 유럽입니다. 산업혁명과 각종 경제개발을 가장 앞서 진행했던 나라가 미국과 유럽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당에 개발도상국가들은 “유럽과 미국 너희들은 온갖 환경오염 등을 하면서 경제개발을 다 해놓고 우리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합니다. 선진국 입장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전략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틈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가 산림벌채도 막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숲에 투자해 열대우림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즉 그동안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큰 선진국이 앞장서 공동기금이든, 기후위기 대응기금이든 갹출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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