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WITH YOU] 가깝고도 먼 당신, '붉은 행성'
지구의 인류는 왜 화성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태양계에는 공식적으로 8개 행성이 있습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입니다. 명왕성까지 보태진다면 9개 행성이 되는 것이죠. 명왕성은 행성에 들지 못하고 아직 왜소행성에 속합니다. 이중 지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행성은 화성입니다. 제2행성인 금성도 아닌 왜 제4행성인 화성일까요.
화성에 주목하는 인류의 관심은 문학, 영화 등 예술 장르에서도 확인됩니다. 영화를 볼까요. 그동안 화성을 주제로 한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됐습니다.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John Carter)’, ‘마션(The Martian)’에 이르기까지. 화성은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화성이 더 친근하게 인류에 다가왔습니다.
우주과학은 또 어떻습니까. 태양계 8개 행성 중 가장 많은 탐사선을 보낸 곳도 화성이고 현재 가장 많은 탐사선이 존재하는 곳도 화성입니다. 화성에는 지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궤도탐사선 3대, 유럽과 러시아 1대, 인도 1대 등이 공전하고 있습니다.
NASA는 오디세이(Odyssey), 화성정찰위성(MRO), 메이븐(MAVEN) 등 3대의 탐사선을 통해 화성의 지표면과 대기층 분석을 진행 중입니다. 나사의 경쟁력은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착륙선 2대가 협업 형태의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퍼튜니티와 큐리오시티가 화성 지표면에서 탐험을 하고 있습니다. 화성의 지표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들 착륙선 덕분입니다. 착륙선은 궤도선과 자주 연락하면서 자신의 상태는 물론 새로운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NASA에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 유럽과 러시아입니다. 유럽우주기구와 러시아는 2003년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탐사선을 화성에 보냈습니다. 여기에 2014년 인도가 뛰어들었습니다. 인도는 '망갈리안' 화성 탐사선을 통해 탐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아랍이 뒤따릅니다. 아랍 에미리트 정부는 2020년에 화성 궤도를 공전하면서 대기권과 물 흔적 등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탐사선의 이름은 '호프(Hope)'로 정했습니다.
왜 이렇게 인류는 화성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첫째, 지구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얇은데 대기권이 있습니다. 화성의 지름은 6787km, 지구 지름은 1만2756km입니다. 화성에는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과 같은 척박한 땅이 아니었던 것이죠. 몇 억 년 전에 화성에는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구와 매우 닮았기 때문에 인류가 화성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둘째, 지구와 가깝습니다. 화성은 지구 다음에 위치한 태양계 제 4행성입니다. 올해 화성은 지구와 5758만km까지 접근했습니다. 인류가 직접 발을 내디딘 곳은 달이 유일합니다. 그다음 목표지점은 화성입니다. NASA는 2030년대 인류를 화성에 보낼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그 어떤 로켓보다 탁월한 차세대 발사시스템(SLS)은 물론 오리온(Orion) 우주선까지 포함됩니다.
셋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유일한 장소입니다. 인류는 늘 우주를 꿈꿔 왔습니다. 그것은 철학적 물음과 맥을 같이 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화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정착할 가능성도, 그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가꾸는 것도.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깝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행성, 화성입니다.
이 모든 것이 화성에 주목하고 화성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화성에 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선 매우 먼 거리로 가는 동안 재공급도 받을 수 없습니다. 자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지구에서 화성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몇 개월 동안 우주를 여행해야 합니다. 만약 아팠을 때 아무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NASA에서는 이와 관련해 자가 치료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화성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화성 착륙선인 오퍼튜니티로부터 연락이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부터 화성에 거대한 먼지 폭풍이 있은 이후 오퍼튜니티와 통화가 끊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희망적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MRO가 오퍼튜니티의 현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MRO는 쉽게 말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화성 지표면에서 약 280km 고도에서 공전하면서 화성 곳곳을 살펴보고 있는 위성입니다. MRO에 탑재돼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 장치(High Resolution Imaging Science Experiment, HiRISE)에 오퍼튜니티가 포착됐습니다.
오퍼튜니티가 포착된 위치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화성의 ‘인내 계곡(Perseverance Valley)’입니다. 오퍼튜니티는 100일 전 이 지역을 휩쓸었던 먼지 폭풍에 힘을 잃고 지구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올해 불어 닥친 화성의 먼지 폭풍은 격정적이었습니다. 화성 전체를 휩쓰는 거대 규모였습니다. 먼지 폭풍이 화성에서 발생하면서 화성 대기권은 먼지로 뒤덮였습니다. 오퍼튜니티의 에너지원은 태양전지입니다. 태양빛을 받지 못하면 기능이 정지됩니다. 이른바 ‘동면’에 들어갑니다. 먼지 폭풍이 태양 빛을 차단하면서 오퍼 튜니티는 힘을 잃었습니다. 먼지 폭풍이 잦아들었는데도 아직 지구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먼지가 태양 전지판에 쌓여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인내 계곡’에서 오퍼튜니티는 계속 인내하고 있습니다. 다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곳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에 있는 오퍼튜니티 연구팀입니다. 관련 팀은 지난 9월 11일 오퍼튜니티와 통신을 재개하기 위해 명령 주파수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오퍼튜니티는 올해로 14년째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착륙선입니다. 오퍼튜니티는 2004년 1월 24일 화성에 착륙했습니다. 원래 예정했던 임무 기간은 3개월이었습니다. 3개월을 훌쩍 넘어 14년째 일을 하고 있으니 NASA로서는 얼마나 ‘예쁜’ 탐사선이겠습니까.
NASA는 지난해 13주년을 맞은 오퍼튜니티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동안 오퍼튜니티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네티즌들에게 공개했습니다. NASA는 당시 오퍼튜니티를 ‘그녀’로 불렀습니다. ‘그녀’는 화성에서 외로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착륙선인 큐리오시티가 있었고 화성 궤도에는 MAVEN과 MRO가 정기적으로 공전하면서 이들과 교신했습니다.
그녀는 화성의 달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쳐다보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화성에서 보는 달은 어떤 기분일까요. 그녀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가끔씩 침묵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그 침묵은 화성의 크레이터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하면서 통신을 방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먼지 폭풍으로 통신이 끊겼는데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퍼튜니티는 언제나 다시 일어나 지구에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입니다.
10대 아이들처럼 오퍼튜니티는 가끔씩 반항과 거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지구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지시하더라도 이를 거부했습니다. 자신이 판단한 길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집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NASA 측은 “언제나 오퍼튜니티 판단이 옳았다”고 그녀를 추켜세웠습니다.
지난해 ‘13주년 특별 기사’로 주목을 받았던 오퍼튜니티가 지금 연락 두절 상태이니 NASA로서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화성의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NASA 측은 그 근거 중 하나로 ‘타우(tau)’를 꼽았습니다. ‘타우’는 햇볕이 지표면에 도달하는 정도를 측정해 수치로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먼지 폭풍이 있었을 때 오퍼튜니티 상공의 ‘타우’는 10을 조금 웃돌았습니다. 이후 ‘타우’ 수치는 몇 개월 동안 점점 떨어졌습니다. MRO가 이번 사진을 찍은 날짜가 9월 20일입니다. 이때 ‘타우’ 수치는 1.3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태양빛이 화성 지표면에 도달하는 확률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MRO가 찍은 오퍼튜니티 이미지는 화성으로부터 267km 상공에 있을 때입니다. 네모 안의 영역은 폭이 47m입니다. 그 중간에 오퍼튜니티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퍼튜니티가 다시 연락 오기를 기다리는 심정? 오랫동안 연락되지 않던 가족이 어느 순간 목소리를 전해오는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요.
화성의 먼지 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