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 기획서' 중에서
유비의 앞에는 한때 그의 책사였던 서서가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군을 찾아 헤매다가 수경 선생, 사마휘의 조언을 듣고, 유비의 책사가 되었다. 그는 뛰어난 지략을 발휘해 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웠고, 유비가 와룡과 봉추(제갈공명과 방통)를 잊어도 될 정도로 유비의 지낭(智囊, 지혜의 주머니)이 되었다.
조조는 유비가 최근 전쟁에서 승률이 올라간 이유가 서서의 역할이 컸음을 파악하고, 유비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서서의 어머니를 자신의 수중으로 데려왔다. 서서는 누구보다 효심이 지극했기 때문에 유비를 떠나야 했고, 속으로 조조를 원망하면서 여전히 유비를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조가 번성으로 물러난 유비의 군대를 쳐부수기 전에 서서를 보내서 유비에게 마지막으로 항복을 권유했으나 그는 오히려 유비와 계책을 상의하고 있었다.
“조조는 저를 보내 사군께 항복을 권하게 했습니다. 이는 거짓으로 민심을 사려는 수작이나 반드시 가볍게 들으실 일은 아닙니다. 지금 조조는 대군을 여덟 길로 나누어 백하를 메우고 번성(樊城)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번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으니 알맞은 계책을 세워 행하십시오.”
유비는 이렇게 소중한 충고를 해준 서서를 다시 붙잡고 싶었으나 그는 다시 조조에게 돌아가야 했다. 아쉬운 마음을 남긴 채 유비는 제갈량과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미 두 차례, 조조의 군대를 박망파와 신야성에서 화공(火攻)으로 무찔렀으나, 대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조의 칼끝은 형주의 유표와 강동의 손권에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조조와 맞서 싸워 결판을 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작전상 후퇴해야 하는가? 유비의 군대는 하후돈, 허저, 조인(曹仁) 등 조조의 엘리트 맹장들을 차례로 무찌르면서 사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하지만 제갈량은 역시 냉정하게 시세를 판단할 줄 알았다. 그들이 형주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서 국지전에서 이길 수는 있었지만, 조조의 50만 대군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유표의 후계자가 된 유종은 자신의 영달을 꾀하려는 괴월(蒯越), 부손(傅巽), 왕찬(王粲) 등의 권유에 의해 조조에게 허무하게 항복했다. 형주의 28만 대군도 조조의 수중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제갈량은 과감히 번성을 포기하고, 강릉으로 대피하여 유기와 함께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유비를 설득했다.
제갈량이 봤을 때 대기업과 같은 조조의 세력을 상대하려면 정면 대결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달아나면 아군의 사기 저하가 예상되어서 박망파와 신야에서 적군의 예기를 꺾었다. 거기까지가 최선이었다. 이제는 조조군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그는 유비의 세력이 아직 미약해서 게릴라전을 펼쳤고, 한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조조와 맞서 싸우는 마지막 희망으로 유비 세력을 포지셔닝(Positioning)하여 천하의 민심을 끌어모았다.
결국, 자신들만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싸움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파트너를 물색했다. 이때 제갈량이 생각한 최고의 파트너는 손권이었다.
우리는 위기가 다가올 때 어떻게 하는가?
유종과 같이 항복하든지, 아니면 유비와 같이 도망가면서 다시 싸울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에 닥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쓰러져간 경우가 무수히 많다. 위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거시적인 경제의 원인도 있지만 경쟁사보다 뒤처지는 제품, 서비스 등 내부적인 요인으로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현재 위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회사의 강점을 파악해야 하지만, 회사가 할 수 없는 부분도 이해해야 한다. 이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내가 싸울 수 있는 영역은 싸워야 하지만 아닌 영역은 피해야 한다.
대국(大國)과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 군대는 미국군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쟁을 주도했다. 베트남의 전설적인 영웅인 보응우옌잡 장군은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 싸우며 우리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세 가지를 피했어요. 우선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싸웠습니다.” - 〈인터비즈〉2018.9.14.
이들은 자신들이 익숙한 지형에서 싸우고 새로운 방식의 게릴라전으로 미국 군대를 괴롭혔다. 만약 미국과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대규모의 전쟁을 했다면 진작 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들 중에서 조조군과 같은 위세를 자랑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1994년,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가 설립한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압도적인 물량과 뛰어난 SCM(공급망 관리)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 있어서 갈라파고스섬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아마존 재팬의 매출은 지속성장하면서 5년간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17.2%에 달했다. 2017년에는 일본에서만 매출 1조 엔을 기록해서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러한 아마존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은 서점이 있다.
바로 일본의 츠타야(TSUTAYA) 서점이다. 이곳은 1983년 서점과 카페를 합치면서 북카페의 선두주자로 변화를 꾀했다. 또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이들은 고객이 눈치를 안 보고,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공간을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츠타야 서점은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
기업도 자신이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을 분할(Segmentation)하고, 그중에 유리한 시장을 겨냥(Targeting)하고 포지셔닝(Positioning)해야 한다. 자신이 불리한 시장은 피해야 한다. 기업에서 뛰어난 영역과 아닌 영역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진 후에 포지셔닝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