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 기획서' 중에서
上下同欲者勝
상하동욕자승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바라보는 바가 같다면 반드시 승리한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편謀攻篇〉
이제 곧 집에 돌아가네요.
그러게. 자네도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네.
막사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촉나라의 노병과 신병은 집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거듭된 위나라와의 전쟁으로 농사를 지을 장정들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제갈량은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체력안배를 위해 100일을 기한으로 군사를 교대해 주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위나라의 대군이 곧 공격할 것이라는 급한 전갈이 날아왔다.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며 기뻐하던 병사들은 이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집에 간다고 기대하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 제갈량의 부하 장수는 병사들을 집으로 보내는 것을 잠시 뒤로 미루고 적들에 맞서서 싸우자고 말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내가 군사를 쓰고 장수를 부리는 데는 믿음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미 그런 명을 내려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겠는가? 군사들 중에서 이번에 돌아가게 되어 있는 자는 모두 돌아갈 채비를 마쳤을 것이고 그 부모와 처자도 사립문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곧 큰 어려움에 빠지는 한이 있어도 결코 그들을 이곳에 붙들어 두지는 않겠다.”
이 말을 전해들은 병사들은 모두 감동하여 나가서 싸우기를 자청했다. 제갈량은 몇 차례 이들을 말리다가 결국 마지못해 승낙했고, 사기가 오른 병사들은 전투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그가 무리해서라도 자신의 말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천하통일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그 비전을 이루는 사람, 즉 백성을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병사들도 곧 백성이다.
제갈공명은 병사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키려 했다. 그것은 장수와 병사들을 제1고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객인 장수와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야 그들도 자신의 가족, 그리고 다른 백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만약 병사들이 억지로 전쟁에 참전한다면 당연히 사기는 높지 않을 것이고 만백성을 구하겠다는 경영진의 목표에 공감하지도 않을 것이다.
많은 회사가 고객 지상주의(至上主義)를 천명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의 직원에게도 그렇게 대하고 있는가?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가? 물론 회사가 수명을 유지해야 직원도 계속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을 무리하게 희생시키면서까지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심지어 많은 월급을 받더라도 자신을 회사의 부속품으로 여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결국 회사와 직원간의 관계가 단순히 ‘기브 앤 테이크’가 되면 그 기업의 영속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회사의 첫 번째 고객은 직원이다. 회사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든지, 어떤 정책을 바꾸든지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은 바로 회사의 직원이다. 첫 번째 고객인 직원이 만족해야 그 직원들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그러한 마음이 반영될 것이다. 즉,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
직원들을 회사의 고객이자 파트너로서 여기는 회사가 있다. 바로 스타벅스(Starbucks)다. 당신은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균 3,50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매주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하고, 충성 고객은 한 달에 18회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이제는 스타벅스 매장을 벤치마킹하여 많은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겼다. 그래도 유독 스타벅스 매장만을 찾는 손님들이 있다.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
스타벅스와 다른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직원을 대하는 태도다. 스타벅스는 직원을 파트너로 존중하고,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또한, 파트너들의 발전을 위해 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비단 커피를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자세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친다. 회사로부터 존중받는 직원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하월드 슐츠(Howard shultz) 회장은 〈브랜드채널닷컴〉에서 스타벅스의 경쟁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매일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기존 브랜드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추었다. 우리 제품은 캔에든 사이다처럼 슈퍼마켓 선반 위에 놓이지 않는다. 우리 파트너들은 고객의 음료와 이름, 그리고 자녀들 이름까지 기억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의 경영이다.
직원들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바친다. 따라서 회사도 그에 걸맞게 이들을 대해줘야 한다.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끝내는 관계가 아니고 이들을 첫 번째 고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직원이 만족해야 그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 그리고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다.
1990년대 사회학자 제임스 배런(James Baron)과 마이클 한난(Michael Hannan)은 실리콘밸리의 약 200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이들의 문화를 분석했다. 똑똑한 인력으로 이루어진 ‘스타 모델’, 기술의 전문성을 높인 ‘프로페셔널 모델’, 구성원들과 비전과 가치를 나눈 ‘참여 모델’로 회사를 크게 분류했다. 그런데 2000년대 IT 버블 이후 결국 ‘참여 모델’을 활용했던 스타트업은 안정적으로 위기를 견디고 주식 상장도 3배나 많이 시켰다.
유비의 세력이 미약하지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마피아 조직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했고, 제갈량과 같이 지휘관이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병사들의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들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이해타산을 위해 말을 쉽게 바꾸는 경영진도 있기 때문에 그의 리더십이 더욱 뛰어나게 보인다.
직원들을 존중하고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위험에 대한 ‘면역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직원으로부터 시작한다. 직원이 첫 번째 고객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