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지방정부에서 후원하는 지역 도서관 인문학 확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학 수업이 무료로 개설되었길래 호기심을 갖고 참석하게 되었다. 작년에 개설되었던 일본문화 이해 수업처럼 대학 교수가 와서 강의와 논의를 하는데 수업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이런 좋은 기회에 미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볼 수 있게 되어서 가슴이 설렌다.
첫 수업날에 공교롭게도 근거리 출장이 있었는데 미학 수업과 시간이 일부 겹쳐서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서 한 시간 늦게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가는데 늙은 몸에서 발산하는 노인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수강하시는 분들의 평균 나이는 65세 이상 되어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그들처럼 노인 내가 안 나도록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인은 나 혼자인 것 같았고 내가 참석할 수 있는 것은 회사의 유연근무제 덕분이다. 다른 날 많이 일하고 수업이 있는 날은 그렇게 적립한 시간을 빼서 활용할 수 있으니 좋다.
첫 수업의 주제는 '미학이란 무엇인가?'였고,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철학적 출발점, 미학의 기원과 기본 개념, 미학의 탄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표상(Representation, Vorstellung), 개념을 갖고 놀 수 있어야 하고 표상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바움가르텐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중간에 들어가서 어리둥절한 것도 있었고 수업이 끝나고 밀리의 서재에서 미학 관련 도서를 검색해서 한 권을 읽어보니 보다 이해가 잘 되었다.
약 30분 정도 일본 애니메이션인 '키노'를 관람하면서 미학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새롭고 흥미로웠다. 애니메이션에서 인상적인 부분에 대해서 교수가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논의를 주고받는 방식도 맘에 들었다. 다음 수업들에서도 미학과 관련 있는 영화 관람이 계속 있다고 하니 재밌을 것 같다.
예술과 모방, 아름다움의 기준은 존재하는가, 플라톤의 모방(Mimesis), 이데아론에 대한 설명. 그 유명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도 '표상'과 관련하여 언급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 중에 교수에게 따로 질문을 던졌다. "유발 하라리의 책들도 보고 알랑 드 보통의 책도 여러 권 봤는데, 미학을 공부하면 어떤 것이 좋은가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고 막연한 개념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실 거예요", "그래요? 그거 좋군요 제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네요.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넓히는 데 관심이 많거든요. 수업을 통해서 뭔가 와닿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연결고리로 해서 새로운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시군요, 다른 분들과 달리 예사롭지 않아 보이셨어요." "아 그렇게 보셨나요?ㅋㅋ", "다음 수업에도 늦으시나요?", "아니요, 오늘만 그렇고 다음 주부터는 제시간에 옵니다." (나도 교수도 서로의 생각에 흥미를 느끼고 앞으로도 좋은 대화 상대가 될 것 같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기 시작한 허루이린 저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에서 밑줄 친 부분을 아래와 같이 적어본다.
만약 인생이 살 만하다면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을 주시하기 위함이다. *플라톤*
미학은 바로 '미'와 '감각'의 학문을 사고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미'가 '미학'의 유일한 주제는 아니고 미학의 내용에는 '예술', '사랑' 그리고 기타 감성과 관련된 의제도 포함된다. 미학은 의학처럼 표준 답안이 없고, 목적이 응급처치가 아니라 타인의 미감을 관찰하고 자신의 미감을 반성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표준 답안이 없는 문제야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표준 답안은 없지만 주류 이론은 있다. 한 예로 '황금 비율'
미학을 배울 때 꼭 알아야 할 여섯 가지 주요 논제
1. 미(beauty)
2. 예술(art)
3. 미적 경험(aesthetical experience)
4. 창조성(또는 창의성, creativity)
5. 모방(mimesis)
6, 형식(form)
요즘 생각이 이래저래 복잡한 데 미학을 공부하면 나의 산만한 뇌파를 잔잔하게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 새로운 공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를 더욱 자유롭고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