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싶어 한다. 재미난 이야기 특이한 이야기 공감이 가는 이야기 가슴이 찡한 이야기. 이야기는 현실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다. 영화도 연극도 책도 경제도 역사도 음악도 그림도 연애도 가족도 모두 이야기이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의식을 하든 안 하든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궁리한다. 그것을 위해 꿈도 꾸고 희망도 가져보고 계획도 세워본다.
지난주 네 개, 이번 주 세 개의 강연을 들었고 다음 주에도 네 개의 강연 참석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중 하나는 휴가 내서 서울로 들으러 간다.
인생의 중반을 지나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나만의 이야기, 이왕이면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 가슴 떨리는 이야기를 상상한다. 삶의 궤적을 만드는 것은 시와 소설을 쓰는 것과 같아서 다른 사람이 쓴 책을 보는 것과 다른 이들의 강연을 듣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고2 딸과 진로에 대해 대화하면서 다채로운 삶을 살 것을 권했다.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그러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젊었을 때 외국에서 몇 년 살아보는 것은 이야기를 만듦에 있어서 풍부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제는 과학과 인문학이 둘 다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과를 가더라도 지금처럼 다양한 책을 보는 것은 참 잘하고 있어. SKY 꼭 안 가도 되고 대학 생활 2년 동안 방학 때마다 외국 다니면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로 갈지 둘러본 다음에 3학년 때 외국 대학으로 편입하라고 했다. 해외 명문 대학 아니어도 돼, 남들 안 가는 곳도 좋아. 남들 미국 유학 갈 때 홀로 터키로 간 사람은 지금 터키 전문가가 돼서 그만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어. 아빠가 지원해 줄 테니 어디로든지 무조건 나가라고 했고 딸도 적극 찬성했다.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용돈과 내가 준 투자금 등을 모아서 5월초부터 시작한 국장 투자는 1/3은 두산에너빌리티, 2/3은 한국전력을 사게 했고 변동 속에 둘 다 우상향 하며 적지 않은 목돈으로 불어나 딸의 기분도 좋고 아빠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많이 불안해하길래 손실이 나면 내가 다 보상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잘 되고 있고, 무릎 십자 인대 수술도 서울대병원에서 성공적으로 된 것도 나에게 고마워한다. 아빠 말을 들어서 다 잘 풀렸고 앞으로도 잘 될 거라는 미소 띤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난주에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의 <2026 경제 전망> 강연에 참석하였다. 여느 강연 때처럼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지나서 깜빡 졸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에 김광석의 손이 닿고 앞으로 끌려나갔다. 내가 조는 게 너무 신경 쓰여서 강연을 할 수가 없다면서 백여 명이 족히 넘는 청중들 앞에 나를 세워놓고 휴게실 가서 좀 쉬다 오라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무척 황당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웃음은 계속 나오고 청중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는지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나를 재밌게 쳐다보았다. 어떤 여자는 웃음을 참다 못해 끝내 폭소를 터뜨리고. 절대 다시 안 졸테니 그냥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제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그 이후로 집중해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퀴즈용 저서를 열 권을 가져왔는데 특이하게도 문제를 맞힌다고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맘에 드는 답변일 경우에만 준다고 하였고, 강연 도중에 여러 개의 퀴즈와 많은 답변들이 있었지만 책을 받은 사람은 오직 다섯 명뿐이고, 나도 받았다. 책을 주면서 "아까 안 나가고 버티길 잘했지요?"라고 말하는 김광석을 보며 나도 웃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강연 스토리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저께는 홍익대 건축과 장용순 교수의 <도시의 정신분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 질 들뢰즈, 알랑 바디우의 세계관을 현대도시와 연결해서 도식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설명하는데 직관적이고 이해가 쉬웠으며 내가 몰랐던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신경증인 강박증과 정신병인 편집증이 어떻게 다른지, 실재계와 상징계, 그 중간의 상상계와의 역학 관계도 눈이 번쩍 귀가 쫑긋 세워지는 해석이었다. 그의 저서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또한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늘 토요일은 영화 '재심'의 실제 인물 박준영 변호사의 <다시 희망을 말하다>란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한 시간 반동안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로 채웠고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가 말한 이야기 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잘못했어도 회복할 기회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산다고는 하지만 어떤 틀에 갇혀있다.
건강한 변화와 회복될 기회
자기의 현 위치가 온전히 자기 능력만으로 된 게 아니란 걸 인정하게 되면 남에게 너그러워지고 잘하게 된다.
사기, 위선, 위장의 본모습은 예의 바르고 능력 있고 선해보이더라.
너무 한심하게 살았지만 회복될 기회를 받았고 결국 회복하였다.
한국은 사활을 건 경쟁 속에 회복이 어려운 사회이다. 학폭 분쟁이 많고 극단적인 대립을 한다. 그 이유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기부에 흠이 있으면 회복이 안되기 때문에. 회복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어떤 사물이나 장면을 통해서 떠올리고 연상하는 방식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아버지가 포클레인 기사였는데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사이에 껴서 돌아가셨다. 그래서 포클레인을 볼 때마다 사고의 기억이 떠오른다.
사고를 낸 포클레인 기사는 새어머니의 동생이었는데 친지들은 그에게 누명을 씌웠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모르겠다.
법의 눈물은 뭘까.
정당한 권위, 건강한 재량이 사라지면 경직된다. 사회 전반이 회복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권위와 재량도 사라지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인권의 갈등
우직한 실천
양보와 배려
나는 힘든 게 아니지. 버텨봐야지 생각하게 된다.
관계의 확장
선택과 의지
인간 심리는 참 복잡하다. 사람은 바뀔 수 있고 공동체가 희망을 줄 수 있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돕자. 집안 형편이 너무 안 좋은. 성매매 부모의 자녀.
그 아이가 더 나빠지지 않게
선한 영향력의 확장
포기하지 않는
무항산 무항심: 일정한 생업(항산)이 없으면, 사람이 지녀야 할 떳떳하고 바른 마음(항심)도 가지기 어렵다.
맹자가 백성들이 굶주리면 도덕을 지키기 어렵다고 주장한 데서 유래한 말로 경제적 안정이 정신적 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남 속이며 폐 끼치며 살지 마라.
사람 잘 모르겠다. 모범수로 지내지만 스스로 속이는 사람도 정말 많다. 누굴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사회가 되고 있다. 다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검찰개혁위원회 16인 중 한 명으로 회의에서 느낀 다른 위원들의 말. 잘 모르면서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 그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공감이 간 것은 나 또한 "사람 마음은 참 모르겠다"이다. 하지만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앞서서 나의 마음부터 자세히 들여다보고 수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글의 결론으로 삶은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를 그려나감에 있어서 남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 양질의 강연을 찾아다닐 생각이고 그러다 보면 나도 곧 강연료 받으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강연자가 된다. 끝.
매일 내가 행하는 과정이 쌓여 결과를 만든다
만남도, 시간 사용도 꿈과 희망이 있는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