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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탐욕의 연인

AI로 진화하는 스캠

by Loche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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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Museo Ralli Punta del Este Uruguay 소장


요 며칠 채권 공부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최근에 경제 동향과 주식 등 검색을 하다 보니 유튜브에서 그런 나에게 어울리는 영상들을 알고리즘으로 보여주었고 그중 '달러 채권'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내가 본 달러 채권 관련 유튜브 영상은 굳이 링크를 올려놓지 않겠다. 사기 행각이 발각 나면 삭제될 영상들이니까. 달러 채권으로 검색하면 미국 제프리 채권사를 언급하는 몇 개의 각기 다른 영상들이 있고 전부 사기 영상임을 확인하였다.


네이버 카페 사기 고발 사이트 '백두산 카페'도 참조하시기 바란다.


주식만 좀 공부했을 뿐 채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위의 사기 영상들에서 언급하는 월 2.4% 이자에 혹했다. 게다가 유명한 홍춘욱 박사도 나오고 여러 유튜버들이 언급을 하니까 처음에는 사기인 줄을 몰랐다.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믿을 수 있다면) 단기간에 빠른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단기로 투자해 볼 생각도 했고 은행에 가서 얼마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내가 미쳤지)


하지만 나는 채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선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했고, 교보문고에 가서 채권 관련 책도 찾아보고(가보니 웬만한 책들은 '밀리의 서재'에 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채권 책은 하나도 안 사고 주차비를 내지 않기 위해서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며칠 채권 책을 고, 또 삼 프로 티브이의 채권 학습 영상들도 보며 채권 투자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가지게 되면서 그 '달러 채권' 관련 영상들이 참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영상들과 영상을 올린 이의 정보들을 보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채권이든 주식이든 어떤 재테크와 자산 증식이든 단기간에 은행 이자보다 훨씬 많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백 퍼센트 사기- 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달 월 2.4% 이자이면 연 28.8% 이자이다. (매월 이자 지급금을 찾지 않고 원금에 더해서 계속 복리로 불리는 복리채 옵션은 없어보였다.) 허허. 그 제프리 본드 사기 사이트(구글에서 제프리 채권으로 검색하면 최상단에 오피셜 사이트라고 뜬다, 구글에서 사기 사이트 필터링을 못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에 가면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어놔서 이자는 고정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도 그럴싸하였다. 최소 가입 금액이 US 1300불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4년 전에 지인을 통해서 가입한 피라미드 스캠 사이트의 최소 가입 금액이 연상이 되었다. 가입이 아주 쉽다. 정체불명의 이메일이 있고, 전화번호가 없는 것은 4년 전의 사기 사이트와 다를 바 없었다. 해지 신청 관련해서 살펴봤는데 월초에 해지신청하면 월말에 해지해 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전형적인 스캠구도이다.


네이버 백두산 카페에 가면 사기 사이트가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잘 나와있으니 꼭 참조하시기 바란다.


영상을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기의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유튜브 가입은 길게는 10년 전부터 수년 전 (흠... 뭘까)

구독자 수는 8만 전후(이 몇 만의 구독자는 어떻게 확보했을까)

하지만 영상 등록은 최근 한 달에 집중되어 있고 스무 개 정도.(그래 이건 역시 티가 난다) 직접 만든 게 아니라 다 누가 이미 만든 것들 그대로 올렸겠지.

댓글은 수십 개 수준. 아마도 다 같은 패거리 바람잡이들 같다.(지금 보니 전부 그래 보인다)

투자업계의 유명한 스피커 중의 한 분인 홍춘욱 박사가 나오는 영상이 있는데 처음에 홍 박사 얼굴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그래프 설명 장면으로 가면서 그분 얼굴은 안 나오고 제프리 채권사가 언급이 되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다. 목소리 변조가 된다. (오.. 놀랍다.. 정말 감쪽같다 잘 듣지 않으면 속아 넘어가기 쉽다.)


'듣똑라'라는 유튜버도 제프리 채권사를 언급해서 보니, 처음에는 듣똑라 얼굴도 목소리로 시작하는데 얼마 안 지나서 얼굴이 안보이면서 제프리 채권사 사진을 보여주면서 목소리가 살짝 달라진다. 듣똑라로 조회해 보니 구독자 40만의 원래 듣똑라 채널이 있고 내가 본 듣똑라 채널은 아주 교묘하게 가짜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양복 입은 분석자가 나와서 설명하는 영상도 있는데 여기도 똑같다. 처음에는 그 사람 영상을 보여주다가 제프리 이야기 시작되면 얼굴 사라지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는 목소리가 좀 많이 다르다. 좀 성의 없게 티 나게 만들었네.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몰랐으니 속는 사람은 속을 수 있다.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유튜브 뿐만이 아니라 듣보잡 인터넷 매체인 뉴스로드를 사칭한 제프리 채권사 홍보 기사도 있다. 참 그럴싸하다..


어디 이뿐이랴. 유튜브에 영상이 아닌 사이트 광고도 있길래 들어가 보니 모햇이라는 투자 사이트가 나오고 연 14.5%를 준다고 홍보되어 있다. 여기는 1577로 시작하는 대표 번호가 있는데 아마도 중국계 한인 또는 캄디아 씨엠립에 감금되어 있는 한국인들이 전화로 받아주면서 사기 치겠지.


깜박 속았다.

나의 탐욕이 올라왔지만 확신이 안 가서 공부를 해보니 채권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사기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고 어떻게 사기 치는지를 분석할 있었다. 며칠 사이에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현명한 투자자의 기본 마인드와 자세를 생각해 본다.


빠르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다.

투자는 시간을 길게 봐야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만큼 수익을 *담을* 수 있다.

내가 모르는 건 하면 안 된다.


사기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AI가 발달할수록 얼굴도 목소리도 믿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올 듯하다. 내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누구를 섣불리 믿으면 안 되고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결국은 다 내가 문제인 거다. 내가 사기당할만한 그릇이기에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연초부터 큰 경험과 공부를 했다. 내가 모르니까 혹했다. 알면 안 당하는데. 그래서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 시대의 진화와 발전에 맞춰서 나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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