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보 이웃입니다.
우리의 특이하고 특별한 아지트이자 촌집이 있던 마을은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아무런 연고가 없던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작은 텃밭이 있고, 하얀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이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충분했다.
그러나 때때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또 무엇을 물어봐도 되는지조차 몰랐다. 정확히는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일이 생겼을 때에도 누구에게 털어놓고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촌집에서 짧은 시간 동안 참 여러 번의 고비를 우리끼리 또 멀리 있는 지인과 부모님에게 통화로 물어가며, 위로를 받아가며 그렇게 버티고 넘겼다. 서로가 있다는 것 또한 큰 위로가 되었다. 몇 번이고 '이런 순간에 우리에게 서로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러다 산 하나 건너 이웃마을의 주민과 시비가 붙었다. 그 마을에선 오랫동안 골치를 썩이던 문제였는데 작은 오해가 불씨가 되어 불똥이 아직 마을에 제대로 둥지 틀지 못한 우리에게 튀고 말았다. 우리는 다짜고짜 전화를 받고 불려 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그 모든 불똥이 튀는 걸 막아내지도 못하고 뒤집어쓰고는 엉망진창인 상태로 마을로 돌아왔다. 여전히 마을에 있는 누구에게도 우리 얘기를 털어놓기가 어려워 우리는 다시 휴대폰을 붙잡고 또 서로의 마음을 끌어안고 울다 웃다 위로를 건넸다.
그즈음 그 촌집에서의 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를 적자면 글 한 편을 가득 채워야 할 만큼 에피소드가 많지만 이웃마을과의 사건을 계기로 이사를 앞당겼다. 촌집이 있던 마을에서 차로 운전해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역이었는데, 시골집 월세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본 곳들 중에 그나마 괜찮을 곳을 고른다고 나름대로 열심히 고른 것이었다.
며칠 지내보지도 못하고 그 집에서도 나와야 했다. 화장실과 부엌만 집 안에 있다면 금상첨화인 우리에겐 낡은 집은 문제가 없었지만 가까이 살던 어떤 사람 때문에, 정확히는 우리가 그 사람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에 도망치듯 떠나와야 했다.
처음 귀촌을 결심했던 지역은 나에게 연고가 있던 곳,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이웃으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이 참 많은 곳이었다. 서울에서 사람에 치이고 질려서 그 감사함을 모른 채 이래서 싫고, 저래서 불편하다며 그 포용과 관심을 다 마다하고 너무 쉽게 벗어난 것은 아닌가 잠시 무모했던 내 결정을 돌이켜본다. 막상 그 품이 아닌 새로운 어딘가에 스며들려 하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구나 싶다.
나와 내 소중한 한 사람, 늙어가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와 커다랗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는 한 동안은 집이랄 게 없이 여행하듯 머무르며 어디에 정착하게 될지 지켜볼 계획이다. 우리에겐 가장 끈끈한 우리가 있지만, 우리에게 또 필요한 건 느슨하게나마 앞으로 맺어질 소중한 관계들임을 깨닫는다.
지금까지는 집과 풍경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 공간 안에서 내가 오롯하면 그걸로 만족했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압축해서 여러 일들을 겪고, 또 겪게 될 앞으로를 그려보니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와 그 관계를 맺기 위해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이웃인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좋은 이웃이 필요한 만큼, 내가 정착하게 될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 또한 좋은 이웃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