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심했어!
그때, 그 상황에,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휘재씨가 예전에 했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휘재씨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그래, 결심했어!!"
이 대사와 함께 테마송이 흐리고 A와 B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리고 각 선택을 했을 때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의 인생에도 이 '인생극장'같은 면이 있다. 내가 만약 그때 그 대학에 안갔다면, 그래서 친한 동기들을 못만나고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나에게 또 다른 생활이 펼쳐졌을까? 아니면, 사필귀정이라고 다 원래대로 왔어야 하는 운명대로 진행되는 걸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보면, 각자 후회되는 지점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수험생활을 오래한 장수생이였다. 그래서 그 또래 20살 21살만이 가지는 풋풋한 기억들이 전혀없다. 그 나이에는 오히려 더 어두웠고 우울했고 힘들었다. 늘 단조로운 어두운색 후드티를 입고, 대치역에 있는 학원건물 안에서 낮과밤이 바뀌는 줄 모르고 박혀있었다. 별로 없던 친구들마저도 멀어지는 것 같았고, 나만 혼자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괴로워 매일 아침 독서실 책상 위에서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고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결국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고, 유약했던 내면이 강해졌으며, 혼자서 뭐든 해낼 수 있을거라는 독립심과 자신감도 얻었다. 그리고 '자기를 만나려고 길을 돌아온걸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는 좋은 동생도 얻었다.
인생은 한번이기에 다른 선택지들을 들여다볼 수 없는 우리는 상상을 하곤한다. 그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혹은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자주 의심이 들곤 한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어떤 선택이 최선이고 최악인지 개인으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남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되기도 하고, 남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도리어 나에게는 최악의 결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과 결정에 매순간 의심이 들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이 인생극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나'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괜찮다. 그때 내가 한 선택이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였을지라도,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이였음을 스로 믿어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다만, 그 선택에 '용기없음'으로 놓치고 가는 일이 없는지, 하고 싶은 일이였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내 선택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는 제대로 설득을 했는지. 이것들만 항상 되새기며 걸어가면 된다. 이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연기하는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나만의 '인생극장'을 꾸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