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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맛바다 Feb 04. 2021

노빠꾸 책 세권읽고 남미 여행

그땐 몰랐지, 중남미 여행기

제곧내


19살에 읽은 '1만 시간의 남미' 세권을 읽고, 20대 목표를 '남미여행'으로 잡았다. 

그렇게 단돈 5백만원을 들고, 용감(무식)하게 여행 전날 짐을 싸고 비상식량으로 고춧가루를 지퍼백에 담아 넣고 페루로 떠났다. 


여행은 4개월 떠나면서 여행자 보험은 3개월짜리를 들고선.



여행루트는 간결했다.

페루 in, 칸쿤 out

'페루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멕시코까지 올라가기'


여행 예산은 더 간결했다.

한 달에 백만원씩 4개월에 나눠쓰기

나머지 백만원은 교통비 등 필요한 곳에 쓰기

얼마나 허무맹랑한 루트며, 하루에 할당한 예산 '3만원'이 어떤 건지


진짜 그때는 몰랐다.

니코노스V, 35mm Film camera, color negative iso400, Koh Tao, underwater photograpth



#프롤로그 


배낭을 짊어지는 키다리 외국인을 보며, 가장 예민한 10대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성인=자유, 자유=배낭여행' 

배낭여행을 떠나는 게 20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19세 처음으로 입시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았다. 

대학과 전공을 결정하는 게, 마치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처럼 느끼곤 했다. 

진짜 그땐 그랬다. 

서른 문턱에서 꼭 십 년 전을 생각하면, 대학 그게 뭔데 이러지만 그때는 그랬다.


어쨌든 난생처음 맛본 좌절의 아픔을 달래고자 *학생다움*에 폭 빠져있던 

나는 영등포역 어딘가에 위치한 서점에 들어갔다. 


'대학에 다 떨어지면 파리바케트에서 알바를 하고, 알바해서 번 돈으로 파리에 가서 살아야지'

-라는 부풀어 오른 빵같은 생각했다. 그렇게 내가 집어든 책은 '1만시간의남미'. 


읽고 또 읽어서 다 떨어진 그 책은 이상하고 더러웠지만 재밌었다.

물갈이로 배탈이 나서 똥을 지릴 뻔 했다든가. 

여행지의 로맨스는 아예없이(전무) 남자 셋이서 돌아다니고, 

잇몸에 피가 나 고산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스케일링을 하도 안해(30년 넘게 으악) 피가 났다거나 ...(?)


여행지의 낭만은 없었지만, 작가에게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그 자유에 반해버려 읽고 또 읽으며 에피소드를 줄줄 외며 나는 스물셋,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로) 얼떨결에 남미행 비행기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겁이 없었고, 가릴 게 없었다. 

단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남미(자유)에 대한 환상과 어쩌면 전남친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만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어린 찡쪽의 노빠꾸 중남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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