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MH Nov 01. 2020

안전을 위한 교육

유아원이나 방과 후 학교 환경에서 모든 어린이들, 교사를 비롯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학부모와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은 중요하다. 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교육은 유아교육 전공과정에서도 여러 번 이루어졌지만, 근무 중에도 수시로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업상의 건강과 안전


‘직업상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법규에 따라 유아원이나 방과 후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대비해야만 한다. 특히 다른 작업 환경과 달리 교사들은 어린이 교육환경을 세팅하면서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어린이들의 작은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등의 이유로 근골격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교육 내용도 많았다. 예를 들면 무거운 책상 등의 물건을 혼자서 들어 옮기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바쁘고 근면한 한국인의 마음으로 겁도 없이 책상이나 걸상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방을 꾸미고 있으면 난리가 난다. 그다지 무겁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도 꼭 다른 교사나 도와주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옮기는 것은 규칙이었다. 어떤 때는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너무한다 싶을 때도 많았으나 규칙은 엄격했다. 


교육을 받을 때 들은 이야기를 하나 옮긴다. 도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매니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철장갑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육류를 발골할 때 쓰는 날카로운 칼로부터 손을 보호하기 위해 철로 엉금엉금 엉긴 장갑을 끼는 모양이었다. 매니저가 여러 번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던 어느 날 드디어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법원에서는 그 매니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했다는 것을 우리의 열띤 토론 후 말해주었다. 직업적 안전사항을 준수하도록 피고용인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이고, 만약 계속 거부한다면 해고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조금 큰 또는 무거운 물건을 두 사람이 들어야 하는 규칙을 어기고 혼자 들다가 허리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줄줄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된다.  


교사는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 반드시 실내와 실외에 어떤 위험이 없는지 체크를 하고 체크 리스트에 기록해야 한다. 실내는 누가 들어올 위험이 없으므로 큰 위험 요소는 없는 편이지만, 마루는 미끄럽지 않은지, 환기는 잘되고 있는지, 다니는 길에 걸리적거려 넘어질 요소는 없는지 등 등을 살펴야 한다. 혹여 특별한 활동, 예를 들면 요리라든지,을 할 때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반드시 먼저 체크하는 것은 필수이다. 


실내와는 달리 바깥 운동장은 조금 더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나는 모래 놀이터에서 고양이 똥을 발견한 정도로 경미한 것만 경험했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는 마약을 한 주사기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물건은 어떨 때는 풀 숲 구석에 숨겨두기도 하므로 언제나 으슥하다고 느껴지는 곳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 모래 놀이터에서 발견된 고양이 똥의 경우 그 주변 모래를 일단 다 버리고 전체 모래에 굵은소금을 뿌려 삽으로 모래를 한 번 뒤집어야 했다. 다행히 호주는 햇볕이 쨍쨍 드는 날이 대부분이고 그 강도도 강해서 모래를 소독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육체적인 건강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건강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어린이들, 동료 그리고 학부모들과의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요소는 차고 넘친다.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어서 때때로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기도 한다. 이럴 때는 곧바로 동료들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배웠고 그렇게 했다. 각자 다른 성향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다루기 힘든 상황을 누군가는 잘 감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잘 참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느 순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손발이 맞는 동료의 도움은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 하겠다. 그러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찰떡같은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감당이 안 되는 일을 혼자서 끙끙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가장 미련한 일로 여겨졌다. 매일의 회의 시간에는 다루기 어렵게 여겨지는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해 서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할지를 논의하곤 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은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컸다. 


어린이 교통 안전 교육


'어린이 교통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를 연구하는 팀에서 전문가가 나와서 교육을 했다. 사실 어린이 교통 안전 교육이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조심해야한다는 사실을 굳이 교육으로 따로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교통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인식하게 해 준 교육이어서 매우 흥마로웠고 실제 현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교육이었다. 


호주 어린이 교통사고의 많은 경우가 집 주변이나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차가 많지 않거나 천천히 달리는 주차장, 학교, 또는 병원의 도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다가오는 차의 속도를 감지하기 어렵고, 달리는 차에 대처하는 기술이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고 순간적인 방어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그들의 키 높이에서 차를 바라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성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어린이들은 모든 차들이 트럭 정도의 크기로 느낀다는 점은 내가 지금껏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언젠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섰는데 수많은 트럭들만 가득 주차되어 있었던 적이 있다. 트럭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괜히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린이들은 늘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우리는 좀 더 어린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이들에게의 교통안전교육은 그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건널 때는 주위를 잘 보라고 했잖아’라고 잔소리한다거나, ‘왜 너는 위험한 곳에서 길을 건너냐’고 핀잔을 주는 것이 안전교육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어린이들은 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말대로 해보려 하지만 그들의 발달단계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만 2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교통에 대한 안전 판단을 할 수가 없으므로 보호자가 눈을 떼면 안 될 것이지만, 만 2세가 넘으면서 어린이들은 대부분 모험을 즐기면서 혼자 힘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되므로 항상 감독의 눈길을 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때의 어린이들은 교통상황을 스캐닝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차의 속도나 다가오는 차와 자신과의 거리를 파악하기 힘들어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어린이들은 차가 오는 도로에 공을 잡으러 뛰어나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차가 위험하다고 몇 번이나 일러주어도 집중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그런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즉 이 나이 어린이들은 차를 피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완전 독립적으로 도로에서 행동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이때의 교육은 도로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만 5세에서 7세의 어린이들은 도로에서 어떤 것을 주의하고 어떤 부분은 무시해도 되는지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10살은 되어야 어디서 길을 건너야 안전하지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고 하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길을 갈 때 보호자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의 나이와 관계없이 보호자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보호자들의 평소 행동이나 태도를 어린이들이 본받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2018년 교통사고 발생 사고 건수는 216,335건이며, 부상자 322,829명, 사망자는 4,185명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이 중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10,960명, 부상자와 사망자수가 각각 5,413명, 54명이다. 어린이 사고는 보행 중일 때의 사고가 전체 사고의 3분의 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겠다. 





이전 21화 아동 보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