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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MH Nov 01. 2020

안전을 위한 훈련과 습관

위험 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소방훈련이나 귀나 따갑도록 듣는 잔소리 덕분에 해가 있는 곳에 나갈 때는 말하지 않아도 선크림을 찾는 습관 등도 우리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소방훈련


모든 유아원과 방과 후 학교는 한 두 달에 한 번씩 소방훈련을 해야 했다. 임의로 날짜를 정하고 정해진 안전 장소까지 모든 교사들과 어린이들이 대피하는 훈련이다. 교사가 할 일은 출석부와 구급 가방을 챙기고, 모든 어린이들을 여유롭게 센터 밖으로 내 보내고, 정해진 안전 장소에 도착 후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다 모였는지 확인하고 돌아오는 매우 단순한 과정이다. 


교사들 각자의 역할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혹여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사정상 센터를 비우게 될 경우에는 그다음에 책임 질 사람 또한 결정되어있기에 훈련이 시작되기 전 상의하거나 허둥댈 필요도 없었다. 훈련에서 뿐 아니라 대피해야 하는 실제 상황에서도 정해진 역할은 늘 그대로 유지된다. 훈련을 마치고 나면 어떤 과정으로 어떤 훈련을 했으며, 훈련 중 문제점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소방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높은음으로 울리면 아직 어린아이들은 당황한다. 소방 훈련이라고 여러 번 일러주어도 몇몇 어린이들은 울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불이 났어요?’라고 묻고는 불안해한다. 고학년의 어린이들 중 몇몇은 뭐 그런 것을 묻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친절하고 의젓하게 설명해 주면서 손을 잡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센터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은 늘 잠겨져 있지 않아야 한다. 닫혀만 있어야 한다. 걸쇠를 누르기만 하면 열 수 있는 상태로 둔다. 교사는 센터를 오픈하기 전 안팎을 점검할 때 앞문, 뒷문의 잠금을 풀고 걸쇠가 잘 작동되는지 늘 체크해야만 한다. 만약의 사태에는 지체 없이 바로 문을 나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한 안전장소는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계단을 이용해 센터의 뒷문으로 나가서 좁은 골목을 따라 걸어가면 나타나는 공터였다. 그곳에 도착하면 모든 이의 이름을 부른다. 센터에서도 넓은 공간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매일 뛰어노는 어린이들이지만, 그래도 건물 안에 갇혀있는 것보다 잠깐의 특별한 외출을 반가워했다. 물론 뭔가에 열중하고 있던 아이들은 불평하기도 하지만 소방훈련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 금방 털고 일어나서 동참했다. 소방훈련이 효과를 보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기를 늘 바라지만 설마라는 마음으로 소방훈련을 거르거나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 안전을 위한 훈련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할 필요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외선 방지 대책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에 구멍이 났다는 남극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피부암율이 높다고 한다. 70세에 이르면 3명 중 2명이 피부암 진단을 받는다고 하니 호주에서는 어느 누구나 피부암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하겠다. 피부암의 원인 대부분은 태양의 자외선 때문이라고 한다. 햇빛에 심하게 타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햇빛에 노출되는 것도 피부 세포 손상을 가져오고 서서히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니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한 자외선 방지 대책은 학교에서나 센터에서나 중요하게 다루어질 만하다. 


우리 센터에는 자외선 수치판을 입구에 걸어두었다. 자외선 수치가 3을 넘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알고 있었다.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피부를 많이 가리는 옷을 입을 것, 선크림을 밖에 나가기 20분 전에 바르고 매 2시간마다 덧바를 것, 얼굴뿐 아니라 귀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쓸 것 등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 


긴 팔 옷을 입으면 좋겠지만 더위가 오면 그러기가 어렵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반드시 칼라가 있는 옷을 입도록 하고 있고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가는 어깨끈만 있는 옷을 입고 온 어린이에게 만약을 위해 예비하고 있던 칼라가 있는 옷으로 갈아입게 한 적도 있다. 


선크림은 언제나 센터에 비치되어 있어야 하고, 체험학습 때는 꼭 선크림을 챙겨 나가야 했다. 방과 후 학교 어린이들은 스스로 그 날의 자외선 수치판을 읽고 숫자가 3 이상이면 꼭 선크림을 바르고 외부로 나갔다. 나이가 어린아이들은 여기저기 떡이 된 선크림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빨리 밖에 나가서 놀 욕심에 대충 쓱 문지르고 와서는 꼼꼼히 다 발랐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귀 뒤는?’이라고 물으면 멋쩍어하면서 다시 선크림을 바르러 가곤 했다. 귀 뒤까지 꼼꼼히 발라야 하는 것이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모자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No Hat, No Play’라는 슬로건을 크게 붙여두고 모자 없이는 야외에서 놀지 못하게 한다. 다행히 빌려줄 여분의 모자가 있으면 그걸 쓰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꼼짝없이 그늘에 앉아서 다른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러니 어린아이들도 꼭 모자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 편이다. 


모자도 챙이 돌아가면서 넓게 있는 것을 권고했다. 학교 교복 모자는 늘 챙이 넓은 형태이다. 남자 어린이들은 앞쪽에만 챙이 있는 모자를 선호했다. 이 경우 머리가 짧은 남자 어린이들은 귀와 목덜미가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호주 어린이들은 모자 뒤쪽에 긴 천이 달린, 마치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모자와 비슷한 모자를 많이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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