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유튜브 <요정재형> 공효진 편을 봤다. 공효진은 환경 에세이 <공책>(2010)을 쓰고, 업사이클링 회사를 운영했던 만큼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요즘엔 ‘내가 한들 뭐 하리’ 생각이 든다면서 환경에 대해 해이해졌다고 말했다. 당장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엄마를 설득하기도 어렵고 아무래도 속도가 안나는 일이다 보니 지친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KBS에서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2021)를 찍었지만 시청률이 “박살”났다고 했다. 환경은 인플루언서의 힘으로도 집객이 어려운 소재였다.
둘.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극장판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보통의 용기>를 봤다. (KBS 구민정 감독은 “예능은 웃음에 대한 강박이 있다 보니 이들의 생각보다는 캐릭터나 사건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고 웃음에 강박을 놓고 생각을 깊이 전달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세 사람이 섬에서 일주일 동안 탄소를 줄이는 생활을 한다. 일종의 캠페인성 사회실험이다. 초반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존형 절약을 선보인다. 먹을 것을 아끼고 샤워를 재빨리 한다. 절약만으로도 탄소를 줄이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다며 촬영을 중단하고 재정비를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왜 물은 종이팩 포장이 없고 페트병만 있을까 의문에서 시작해 생수업체 고객서비스실에 문의하고 환경부, 기업과 컨택을 한다. 대기업과 협력해서 탄소 배출을 줄인 상품을 유통하기도 한다.
“나 자신이 아닌 모두가 함께 쓰는 것들에 이로우려고 노력하는 행동 자체에 ‘멋’이 있다고 생각해요. 멋진 본인의 삶을 상상하고 쓸데 있는 생각을 하는 세대들.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이제 시작된 것 같아요”
다큐의 말미에 공효진이 말한다. 영상에선 플로깅을 하고, 따릉이를 타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요즘 세대들의 SNS 사진이 보여졌다. 해결책은 내 삶이 더 멋있어진다는 효능감일까. 환경 문제에 대해 당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브랜딩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 인간의 욕구와 흥미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
셋. 최근에 읽은 롱블랙의 글 <NPO 마케팅 리포트 : 비영리단체의 생존법, 크리에이티비티에서 찾다>에서 비영리단체의 캠페인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아사 직전의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여주고 죄책감을 심어주던 마케팅에서 ‘브랜드’로서의 마케팅으로.
국제광고제에서도 비영리단체의 캠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광고제에서 수상을 휩쓸고 있단다. 사례로 들어준 Change the ref의 the lost class와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save ralph가 참 인상적이었다. 지금껏 봤던 비영리단체의 캠페인보다 훨씬 광고스럽고, 창의적이었다.
“성공한 브랜드는 브랜딩에 고통을 사용하지 않아요. 누구나 삶에 긍정을 더할 것을 약속하는 브랜드에 끌립니다. 비영리단체라고 다를까요?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비영리단체는 인간의 욕구와 포부를 이용합니다. 잠재적 기부자에게 낙관적인 목표를 제공해요.”
- 올리버 빙햄, 더 클리어링 컨설턴트, 2022년 더드럼 인터뷰
그렇지 않아도 세상은 복잡하고 각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데 사회나 정치문제에 관심 갖자고 한들 그게 쉬울까. 짊어지던 무게를 덜고 삶을 더 긍정할 수 있는 브랜딩에 끌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