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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한잔 Aug 09. 2020

사랑의 뇌과학

옥시토신과 우리의 감정

포유류는 다른 동물과 확연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엄마가 새끼를 챙긴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동물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파충류는 새끼를 낳은 뒤에 전혀 챙기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은 바로, 진화과정에서 ‘Self-care’(챙김)을 담당하는 신경회로의 어느 특정 변화가 포유류로 넘어오면서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이러한 변화는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거북이는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변온동물과 항온 동물의 진화적 차이


약 2억 5천만 년 전쯤 초기 파충류 (높은 확률로 공룡에서 변화했을 것으로 추정)에서 진화한 포유류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이 포유류의 조상 격이 되는 동물은 완벽한 표유류는 아니었지만, 체온조절이 가능한 파충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체온조절’이라는 기능은 진화적으로 아주 좋은 형질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변온동물은 에너지 섭취를 해가 떠있는 낮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섭취를 하기 위한 시간이 항온 동물보다 제약적이라는 것이다. 항온 동물은 신체의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어서 밤 변온동물이 쉬어야 할 시간에 나와서 에너지 섭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질은 공짜는 아니다. 항온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변온동물보다 10배 정도가 넘는 에너지를 섭취해야만 한다.

밤에 먹이를 먹고 있는 쥐


그리고 이 에너지 섭취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바로, 진화적 과정에 있어서 자연선택이 ‘배움’ 혹은 ‘똑똑함’이라는 형질을 동물에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질을 동물에게 갖게 하는 방법은 크게 잡아서 두 가지가 있다.


1) 동물의 유전자에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인코딩 시켜, 이 동물이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리든 간에 어떻게 행동할지 알게 하는 것. 이것의 당연한 문제점은 이 동물이 유전자에 담겨있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살고 있는 상황이나 환경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과 유전자에 이 모든 정보를 담기에는 효율성이 너무나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2) 그리하여 발견된 두 번째 방법은, ‘Learning mechanism’ 즉 이 동물에게 어떻게 ‘배움’이라는 것을 하는지를 유전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선택했을 때의 이점은, 모든 시나리오를 대비해서 유전적으로 인코딩할 필요성이 없고, 배움이라는 어떠한 메커니즘을 성공적으로 담을 수 만 있다면 이 동물은 어느 한 상황을 마주하던 어떻게 대처할지 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유류는 이 두 번째 방법을 통하여 엄청난 지능을 발전시키게 되었고, 포유류와 맞먹는 지능은 다른 어느 동물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지능을 담는 기능적 기관이 바로 우리의 대뇌피질이다. 

인간의 대뇌피질


그렇다고 이는, 예를 들어 양서류가 엄청나게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양서류나 생물학에서 흔히 표현되는 ‘하등’ 동물 또한 배움을 하지만, 이들의 배움은 아주 심하게 제약적이다. 


이와 반대로 포유류에 속하는 쥐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배움을 보인다. 그들은 뇌 속에 어마어마한 공간 지도를 보유해서 아주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고 그 통과를 몇 번 거치면 그 미로를 배우며, 이 이외에도 매우 효율적인 ‘Learning mechanism’을 보여준다.

미로를 통과 중인 쥐


포유류 그리고 더 보편적으로 말해 항온 동물은 이러한 똑똑함이라는 형질, 배움이라는 형질, 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신경학적 문제를 가져온다. 바로, 신생아의 뉴런이 자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배움이라는 것은 뉴런이 특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이 구조에 대한 청사진을 담아야 하며, 이 유전정보와 환경적 정보를 이용해서 뉴런이 올바른 구조를 형성해야만 배움이라는 형질을 온전히 갖추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이 내포하는 것은 바로 뇌가 매우 미성숙한 상태로 신생아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뉴런의 성장이 의미하는 것은 뇌에 ‘빈 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뉴런들’ 혹은 ‘신생아’가 환경에 가능한 한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특정 환경과 문제애 대한 노출이 없이는 학습이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자연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대략적으로 이러하다.

자연(독백): 이러한 고도로 효율적인 학습 형질을 갖게 하기 위해선, 엄청난 케어를 필요로 하는 하지만 발달하면 매우 똑똑해질 신생아를 엄마가 가져야 한다. 그리고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동물계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역할은 엄마가 하므로, 엄마의 뇌구조를 이용하자. 구체적으로, 엄마 뇌의 가장 원시 구조인 시상하부와 뇌간의 연결구조를 조금 바꾸어서 대뇌피질과 병합시키고, 아이가 슬플 때는 슬퍼하고 아이가 기쁠 때는 기뻐하는 엄마를 만들자. (이러한 것을 Social pain & Social pleasure이라고 부른다).

대략적인 뇌의 이미지


즉, 우리가 말하는 공감과 사랑이라는 것은 ‘Self-care’라는 근본적인 체계에서 발원하며, 이 체계는 뇌의 원시 구조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암시하는 것은 우리가 추상적으로 인지하며 항상 로맨틱화 하는 우리의 고등 감정(이타주의 및 공감)이 아주 원시적인 뇌의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Self-care’를 하는 ‘Brain circuits’(뇌의 신경회로)가 한번 자리 잡히면, 이것은 변형되어 사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자식을 케어하는 것을 넘어서서, 배우자를 케어함으로 넘어가 가족을 케어하고, 친척을 케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케어하는 ‘능력’은 사람에 따라서 아주 멀리 퍼 저나가 친구와 타인까지 케어하는 공감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관해서 아주 흥미로운 예시 중 두 설치류 종을 들 수 있다. 이는 프레리 들쥐라는 종과 저산 대밭 쥐라는 종이다. 이러한 밭쥐 혹은 들쥐는 여러 가지 종이 있지만 이들은 겉보기 형질적으로 아주 유사하다 (몸무게, 낳는 새끼의 숫자 등등). 하지만, 이 쥐들은 사회적으로 아주 다르다. 프레뤼들쥐들은 한번 교미하면 죽을 때까지 그 파트너와 함께한다. 그리고 수컷 쥐는 암컷 쥐와 둥지를 보호하고, 아기를 아주 강하게 챙긴다. 이와 반대로 저산대밭쥐는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설취류의 특성을 갖고 있다. 수컷 쥐와 암컷 쥐가 만나서 교미하면 바로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화목 환 사회구조를 보이는 프레리 들쥐


이러한 사회적 차이가 발견되었을 때, 몇몇의 뇌과학자들은 이 두 종의 뇌의 차이점에 집중했다. 많은 연구결과, 뇌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프레리들쥐의 경우 뇌의 부위 중 우리의 특정적인 보상심리를 담당하는 부위에 아주 많은 양의 옥시토신 수용체(높은농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저산대밭쥐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옥시토신의 자매 격으로 여겨지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옥시토신과 몇 개의 아미노산 구조만 다르다) 또한 똑같은 패턴을 보여주었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의 농도 차이 Paririe(프레리) Meadow(저산 대밭 쥐)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뇌과학자들이 이 들쥐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에 변형을 가했을 때, 이 특정 뇌 부의에서 이 수용체의 숫자가 줄어들면 이 프레리 들쥐의 사회적 행동 양상이 저산대밭쥐처럼 바뀌었다. 


요점은 두 가지이다.

1) 옥시토신 그리고 그 수용체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바소프레신과 그 수용체는 교감과 유대관계를 이루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 우리가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복잡하며도 중요하게 여겼던 일부일처제와 같은 특징이 단지 이 특정 호르몬의 수용체 농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사회적 행동의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가 굳이 우리의 감정이나 사회적 행동의 의미를 저하시킬 필요도 없다. 단지 우리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진화적, 생물학적, 뇌과학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우리 인간과 더불어 전반적인 생물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이를 이용해서 더욱 좋은 발전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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