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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Feb 08. 2019

육아하는 상담자 아빠, 일하는 편집자 엄마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이 집을 나갔다!

오랜만에 동화작가 U작가님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자 저녁 7시 30분. 아홉 살 첫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고, 울타리 안에 있는 24개월 둘째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봐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격하게 엄마를 반겨 준다. 남편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갈 태세다.

첫째가 울먹이며 말하길, 게임에서 계속 져서 너무 속상한데 안 울려고 꾹 참았는데 아빠가 울면 앞으로 게임 못하게 하겠다고 해서 울었다나.


남편은 그렇게 말하는 첫째에게, 아빠 너무 짜증 날 거 같다고 아빠 옷만 갈아입고 나갈 테니 그때까지만 울지 말고 참으란다. 그 상황에서도 아주 차분하게 말하는 남편!


곧 남편은 집을 나가며 아직 아이들 저녁을 안 먹었음을 알려 준다.


난 부랴부랴 우는 첫째를 달래고 엄마에게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둘째를 식탁에 앉히고 저녁을 차렸다. 주말에 해 놓은 반찬들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 두 아이를 먹인 뒤 반찬 몇 가지를 부리나케 만드는 사이 계속 둘째가 놀아 달라고 조르고 첫째도 자꾸만 뭘 해 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첫째 왈, 엄마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요?

나 왈, 엄마가 일하고 와서 쉬지도 못하고 집안일하려니 힘들어서 그래.

첫째 왈, 아 그래요!


그 순간, 방학을 해서 하루 종일 두 아이에게 시달리던 남편이 집을 뛰쳐나갈 만큼 힘들었으리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힘든데 라는 두 마음이 공존한다. 난 육아를 하다가 다시 일을 하게 되었으니 남편의 맘을 충분히 안다. 알지만...


작년 4월,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남편이 육아를 감당하기로 하고 육아를 감당하던 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둘째를 낳고 허리가 너무 안 좋았던 난 아이를 안는 일이 너무 버거웠다. 그리고 일을 하면 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았다. 결국 우리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그렇게 우리는 일하는  편집자 엄마, 육아하는 상담자 아빠가 되었다. 그때 우리에게는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첫째와 태어난 지 오 개월이 된 둘째, 두 아들이 있었다.


난 9개월쯤 쉬다가 새로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일하기 좋아하는 남편은 육아를 하느라 집에 있어야 해 갑갑해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빠육아 #일하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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