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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Feb 14. 2019

밸런타인데이 첫 선물!

육아하는 상담자 아빠 일하는 편집자 엄마 <번외 편>

상반기 주력 도서가 2월, 3월에 한 권씩 나오는 일정이라, 나는 요즘 내내 야근을 하고 있다.


어제는 일은 태산이었으나, 둘째 먹을 반찬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집에 좀 일찍 들어갔다. 첫째는 주중에 거의 보기 힘든 엄마를 보더니 엄마 일찍 와 줘서 감사해요!라고 하고, 둘째는 엄마, 엄마를 계속 소리쳤다. 아주 격하게!


에구구, 야근 없는 삶, 저녁 있는 삶은 언제 가능할까, 어쨌든...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SNS에 한 작가님이 아내분이 예쁜 초콜릿을 사 주었다고 감동해 올린 글을 보았다. 나도 오늘 꼭 초콜릿을 사 가야지 하고 맘먹고 있었는데, 야근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가게들 닫기 전에 초콜릿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에 잠깐 밖에 나가 초콜릿과 초코 마카롱을 샀다.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서로 챙긴 적이 없는 것 같다.


갑자기 남편에게 초콜릿 선물을 생각한 것은 둘째 때문이다. 사실 남편은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난 하나만 낳기는 너무 아쉬웠고, 종종 남편에게 둘째 이야기를 했지만 남편은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둘째를 낳을 만큼 잘사는 것도 아니고, 육아를 도와줄 사람들이 가까이 살지도 않았다. 첫째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우리 둘이 키웠다. 그때도 남편이 파트타임 일을 하며 어린 첫째를 키웠고, 둘째가 생긴다면  첫째 때와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


그걸 잘 아는 난 둘째를 낳고는 싶었지만 우길 수는 없었다. 우리 부부는 크리스천이라 이 부분에 대해 각자 서로 다른 기도를 했으리라. 그런데 신기하게 남편이 둘째가 생긴다면 그건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남편 생각이 바뀌자 신기하게 우리에게 둘째가 찾아왔다.


마흔 전에 둘째를 낳고 싶었는데, 39살 겨울에 둘째가 태어났다. 그리고 50일쯤 되었을 때 둘째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발견되면서 우리 부부는 한동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행히 여러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이제는 건강하다.)


일을 좋아하고 외향적인 남편은 육아를 하면서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남편은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고생하느니 집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남편은 종종 자신이 집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ㅠㅠ


육아라는 게 정말 신경 쓸 일이 많다. 아이들이 잠드는 순간까지 내 시간이 없다. 근데 난 맨날 야근을 하니 남편은 하루 종일 아이들 보느라 쉴 틈이 별로 없다.


그런 남편을 위해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꼭 단 초콜릿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남편 왈, 결혼하고 처음이란다. 설마? 정말?


난 늘 육아하는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나도 주말에 남편 없이 아이들 보면 차라리 나가서 일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


물론 둘째를 낳은 건 여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찌나 귀여우신지.


야근이 좀 줄고 내가 저녁에 좀 일찍 들어오기까지 남편아 잘 버텨 줘. 어쩌면 둘째가 커서 어린이집 가는 날이 더 빨리 오려나!


육아하는 아빠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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