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Oct 29. 2020

어린이책 편집자의 일

①어린이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

내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편집자들이 쓴 여러 책을 읽고 나서였다. 그 책들은 대부분 성인 도서를 만드는 편집자의 책이었다. 왜 어린이책 편집자의 글은 없을까? 누가 써 주면 좋겠는데, 음, 내가 써 볼까?


사실 성인 도서를 만들든 어린이책을 만들든 편집자의 일이란 게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하지만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만의 명확한 특징이 있다. 20년 가깝게 어린이책을 만든 편집자로서 나는 그게 어린이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가짐이라고? 그게 뭐냐 싶을 것이다. 어린이책을 만들다 보면 당연히 어린이책은 쉽고 만만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오랫동안 성인 도서를 만들어 온 후배 편집자가 나에게 물었다.


“어린이책 만들면서 야근을 하긴 해요?”

아마도 이 말 속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으리라.

“성인 도서에 비해 분량이 짧고 쉬운(혹은 만만한) 어린이책을 만들면서 야근할 일이 있을까?”

예전 같았으면 나는 흥분해서 열변을 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하기도 하고 아무리 오랫동안 책을 만든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편집자라고 해도 어린이책을 모른다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익히 알기에 크게 흥분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 6개월 내내 야근하고 있었는데. 많이들 어린이책은 쉽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린이의 눈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지식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고학년 동화보다 어려운 것은 저학년 동화이고 저학년 동화보다 어려운 건 그림책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책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가장 쉽게 도전하는 분야가 그림책이지만. 짧으니까 어린이들이 보니까 쉽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저자의 책들은 보통 어렵고 재미가 없어요. 짧은 글 안에 메시지를 담으면서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눈높이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어린이책 편집자의 일도 그래요.”


그 후배 편집자가 내 의견에 동조했는지 설득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배의 지적처럼 분량의 압박이 성인 도서에 비해 어린이책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일의 경중을 매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솔직히 어느 게 더 어렵고 쉽다고 말하기에는 성인 도서와 어린이책의 독자층이 너무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책 편집자는 쉽고 만만한 어린이가 볼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보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어린이들이 보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찾아온 죽음을 통해 내 삶을 가꾸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