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Oct 31. 2020

어린이책 편집자의 일

② 나는 왜 어린이책 편집자가 되었을까?

대학을 졸업하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문예창작학과를 나왔고 소설가라는 꿈을 미약하게나마 품었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기자와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솔직히 만만하게 생각했다. 4년 동안 글을 써 온 나라면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거지!)  

   

나의 첫 출판사는 기독교 서적을 만드는 출판사였다. 박봉에, 악덕 상사, 열악한 근무 환경, 이중인격자 사장 등 여러모로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곳이지만, 그곳에서 나는 어린이책 편집자를 꿈꾸게 만든 선배 편집자를 만났다. 그 선배 편집자는 외부 편집 진행자였는데, 서글서글한 분이라 금방 친해졌다. 그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어린이 책을 만드는 일은 다른 책보다 더 즐겁고 의미가 있어! 한 번 생각해 봐!”     


선배 편집자가 보기에 내가 어린이책 편집자와 맞아 보였던 걸까? 나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았다. 어느 날, 서점에 가면 늘 먼저 가는 소설 코너가 아니라 아동 코너에 가 보았다. 그날 내가 받은 충격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것이었다.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새로운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동화책은 소설 저리 가라 할 만큼 재밌었다.     


학교 외에는 책을 만나기 힘든 시골에 살았던 나는 제대로 된 어린이책을 읽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어 만난 어린이책이 좋았다. 어린이를 좋아해서 어린이책을 만들고……, 그게 아니었다. 나는 어린이책 그 자체가 정말 좋았다. 내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그때만큼 어린이책을 좋아했던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그림책과 동화에 푹 빠져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사에 입사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어린이책을 만들게 돼서 정말 행복했다로 끝나지는 않는다.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 줄 만큼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회사를 만나기 어려웠고, 일은 많은데 뭔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비인격적인 상사 때문에 20대 후반까지 정말 나한테 편집자 일이 맞는 걸까를 내내 고민했다. 실제로 다른 일을 준비해 보기도 했고.     


신기한 것은 그 와중에도 나는 어린이책을 부지런히 또 읽었다. 오랫동안 논픽션과 가벼운 읽기물을 주로 만들었던 내가 무럭무럭 자라나 훗날 아동 문학 담당 편집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계속 읽었던 시간 덕분이다.(ㅋㅋㅋㅋ)     


나는 이렇게 어린이책 편집자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어린이책 편집자들은 왜 어린이책을 선택했을까?

회사 가면 물어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책 편집자의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