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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r 24. 2024

나는 너를 포기하고 싶었다.

부끄럽고 미안한 기억들이 있다.


그날, 너를 포기하고 싶었다.


급하게 나를 찾는 목소리에,

달려가 너를 만났던 숱한 밤들 사이에서

내 마음은 선생님과 불한당 사이를 오갔다.


고집스레 등을 돌려 앉아, 철모르는 투정을 부리는 너에게, 견딜수 없이 화가났다.


아무리 아무리 반복해 얘기해 달라지지 않는. 한사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살아버리겠다는 너의 못난 고집에 가슴을 다.

내가 아무리 애쓰고 쫓으려 해도

네가 홀로 긴 세월 쌓아온, 마음의 담벼락을 넘을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너에게 다가간 것 같아도, 나는 너를 모른다. 너는 알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존재다.

나는 언젠가, 너를 떠날 때를 엿보았다.




하지만 오늘처럼,

가끔씩. 아주 가끔씩


너의 맑고 빛나는 모습들을 다.


이 빛나는 모습들 때문에,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의 빛나는 너의 모습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너의 모습이면 좋겠다.


패배하고 좌절하고 도망치는 네가 아니라,

오늘의 네 모습이 세상에 기억되면 좋겠다.


너의 지난했던 삶과 네가 넘어온 고비들이
세상속에서 열렬히 인정받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는 염려와 두려움들은 불필요할 것이다.


물론 너는 가끔씩, 무너져내릴 것이다.
비겁해지거나 나약해지거나, 스스를 망가뜨리거나하는 슬픈 습관들에 패배하는 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런날이 온다고 해도. 괜찮다.
아직도, 시간은 많으니까.

그런 시간이 온다면, 나는 폐허 속을 헤매는 너를 찾아내 다시 너의 세상으로 되돌려놓고야, 말겠다.

나는 그저, 네가 끝간데없이 허물어져

찾을 수없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까,
패배감속으로 휩쓸려가지 말고, 허무의 유혹에 기대려 말고
너의 맑고 빛나는 얼굴을
계속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는 말이야.

아무리 거듭 이야기해도
너는 결코 믿지 않을 이야기들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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