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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r 30. 2024

저희 집에 가보실래요?

부모가 된 학교밖청소년 이야기

그 집은 참 작았다.


작은 거실과 작은 방과 작은 주방.
쉼없이 장난을 치는 어린 딸과

각자의 지난한 삶을 살아온 젊은 엄마, 젊은 아빠의 삶을 모두 담기에는.

하지만 그 집이 참 좋았다. 

그들이 힘을 짜내고 모아 처음으로 만들어냈을, 온전히 그들만의 공간. 그들로부터 나온 아이.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선생님, 저희 집에 같이 한번 가보실래요?
보여드리고 싶어요.


나를 그 집으로 불러주고 그들이 만들어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렇게, 잘 살아주어서 감사했다.


그들은 각각 학교밖 위기청소년으로 10대를 보냈다.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쉼없이 일하며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져야했고,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의 어려움도 견뎌나가야했다.

갓 스무살 넘어 불가피한 자립을 하고, 위태로운 1인가구 청년으로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쩌다 우연히 <일하는학교>의 한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인연이 처음 스쳤다.

그 작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것을 그때는 알수 없었다.

일하는학교에서 그들을 그리 오래 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과 책을 내보려고도하고 취업을 도우려고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그들이 처한 험난한 환경을 깨뜨리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것 같았다.

점점 그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간간히 큰일은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나는 그들이 예전처럼 그들을 가두어온 늪속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날, 그들은 아주 귀엽고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그 사이 그들은 커플이 되었고 아이를 낳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어떤 부모나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견디고 집을 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갔을까.


얼마나 큰 슬픔과 두려움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을까.
내가, 우리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고생을 덜게 할 수 있었을까.


낯이 조금 익고 나니 조그만 딸아이가 계속 다가와서 장난을 건다. 덩치 큰 남자 아저씨가 무섭지도 않은가보다. 한참을 그 녀석의 자기예쁨 자랑, 장난감 자랑을 지켜본다.

오랜만에 나를 만나 말수가 적었던 이 젊은 부부도 말문이 트였다. 살아온 이야기들을 이어간다.


참 고생들이 많았구나. 지금도 참 고생이 많구나. 서로 마음나눌 가족같은 사람들이 필요하겠구나.

몇몇 고장난 장난감들이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흔히 보던 놀이기구가 안보인다.


다음에는 예쁜 옷한벌, 요긴한 장난감 하나 사들고 와야겠다.


#어떤청년들이야기
#예쁜아이의_부모가된
#학교밖청소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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