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뚜기

Y의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기

by 이정현

<오뚜기>

지난 여름부터 일하는학교 청년들 몇사람에게 자전거 타는법을 가르쳤다. 고립상태에 있다보면 신체활동이 부족해 건강이 안좋아지고 심리적으로 안좋지는 악순환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몇년째 깊은 우울 속에 살아가는 Y가 걱정이었다.


연습을 거듭하니 자전거 배우기를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조금씩 탈 수있게 되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얼마전 제주도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3박4일간의 자전거여행.


초보자인 점을 고려해서 주행거리를 짧게 잡았지만. 생각과 달리 길이 너무 좁고, 차와 사람도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다행히, 친구가 미숙해서 대열이 밀리고 일정이 늦춰져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았다. 일으켜주고 밀어주고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Y는 그럴수록 더 미안해하고 자책했다.

-------------------------

Y가 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크게 넘어졌을 때였다. 넘어지면서 얼굴과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이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여러번 넘어지고 구른 뒤였다.

나는 Y가 뭐라고 말할지 떠올리며 움츠러들었다.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못할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겠지.
수년간 봐온 Y의 언어는 거의 대부분 그랬었다.
뭐라고 Y를 설득해야할까. 고민했다.

"아니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을 들었다.
Y가 스스로를 응원하는 말을 하다니.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수년간 Y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심하게 자기비하를 하고 무기력했다.
못할것 같아요.힘들어서 포기해야겠어요.패턴을 반복했다.

뭔가 잘 해내서 칭찬을 받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했다는 평가를 두려워했다. 스스로 고립했다.
상담이나 교육으로 변화를 만들기 어려웠다.

고민끝에 올해는 함께 자전거 운동을 했다. 운동을 안해봐서 자전거 배우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Y는 포기를 안했다. 몇달 만에 자전거 타는법을 익혔고, 계속 연습해서 제주도 자전거 여행까지 다녀오게 됐다.
Y는 초보자여서 자전거도로에서 무수히 넘어지고 굴렀지만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났다. '오뚜기'가 Y의 별명이 되었다.

여행 다녀와서 보니 Y가 크게 달라졌다.
웃는 모습이 많아졌고, 칭찬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누가 잘했다고 칭찬을 하면 50%는 믿을수 있다고 한다. 매일 긍정 언어 스스로에게 말하기 연습도 한다.

여행동안은 포기하고 싶고 너무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 자신의 기억이 왜곡된것 같다고 ㅎ 너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다음 자전거여행은 언제 가느냐고 묻는다.
Y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된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참 좋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모든 힘들고 지쳤던 감정이 사라진다.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다.
Y의 앞날이 기대된다.




--------------------------------

<Y> 자전거여행 소감문
졸립니다. 몸이 아픕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나를 찌그러트리는것 같습니다.
위험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이 나 혼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각자의 무게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쓰러지고 다치고 계속 넘어지고 넘어졌지만, 게속 달렸습니다.
저는 오뚜기 이니까요.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섭니다. 바다가 보일때까지, 모두가 함께.
이것도 언젠가 추억이 될 것이니까요.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

일하는학교 위기청년들이 자립을 달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때까지, 오랜 시간 동행하며 곁을 지킵니다.

<후원 참여>
https://box.donus.org/box/workingschool/youthwork

(후원계좌)
농협 355-0025-8391-73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


<Y> 자전거여행 소감문

졸립니다. 몸이 아픕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나를 찌그러트리는것 같습니다.

위험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이 나 혼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각자의 무게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쓰러지고 다치고 계속 넘어지고 넘어졌지만, 게속 달렸습니다.

저는 오뚜기 이니까요.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섭니다. 바다가 보일때까지, 모두가 함께.

이것도 언젠가 추억이 될 것이니까요.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


위기청년들이 자립을 달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때까지, 오랜 시간 동행하며 곁을 지킵니다.


<후원 참여>

https://box.donus.org/box/workingschool/youthwork


(후원계좌)

농협 355-0025-8391-73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