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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ㅍ Jan 03. 2019

유자양파

성격 급한 당신을 위한

십대에는 터무니없는 일을 태연하게 저지른다. 그냥 한심하다는 말로는 표현 못하는, 어른이 된 후 새삼 생각나서 괴로운 종류의 일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매직으로 운동화 왼쪽에는 왼쪽, 오른쪽에는 오른쪽이라고 써서 신고 다녔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친구네 학교에는 날양파를 하나 다 먹으면 돈 준다는 말에 통째 우적우적 씹어 먹은 애가 있었다고 한다.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나에게 더 인상적인 것은 상금이 단돈 50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성인과 청소년의 차이다. 나는 날 양파를 좋아하지만 500원은 물론 5000원에도, 50000원에도 통째로 먹진 않을 것이다(50만원이라면 생각해 보는데, 바로 이 부분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어른스러운 점이다). 대신 가늘게 썰어 하나하나 떼어낸 후 찬물에 한동안 담갔다 물기를 탈탈 턴다. 계란 샐러드나 감자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이런저런 고기나 생선 요리에 곁들여도 아삭아삭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문제는 적어도 한 시간, 가능하면 더 오래 물에 담가야 한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대충 담갔다 문자 그대로 울면서 하나하나 도로 골라낸 게 몇 번인지 모른다. 날 양파는 계획적인 사람만을 위한 것인가? 늘 급작스럽게, 당장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는 무리인가? 그렇지도 않다. 문명의 여명부터 인류와 함께한 식초가 있기 때문이다. 


식초는 양파의 매운 맛을 다스려 순하게 한다. 와인 식초나 사과 식초도 좋지만 요리에 쓰기에는 곡물 발효 식초처럼 향과 맛이 중립적인 종류가 편리하다. 유자차를 조금 섞어 향을 더하면 간단하고 개운한 샐러드 드레싱이 된다. 취향에 따라 소량의 간장이나 다량의 올리브오일을 더해도 좋다. 물론 그냥 퍼먹어도 맛있는데 특히 삼겹살처럼 소금만으로 간한 기름진 고기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린다. 



양파 1/2개 

식초 2TS 

유자차 1TS 


1. 양파 껍질을 벗기고 씻은 후 굵게 다진다. 


2. 1에 식초를 부어 골고루 버무린다. 


3. 2에 유자차를 넣어 가볍게 섞는다. 


4. 3을 곧장 사용해도 되지만 냉장고에서 1시간 쯤 재우면 더 좋다. 좋아하는 야채에 얹어고 먹기 직전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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