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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un 11. 2024

카톡방을 나갔다.

거침없이 성장한다. 

 카톡방에서 나갔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 했다.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그 행간에서 느껴지는 내용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이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증명하듯 사진을 올린다. 타인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기 원한다. 애써 그의 감정을 달래주거나 공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의 미해결된 과제는 그가 풀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와 통화를 했다. 내가 속한 카톡방을 정리하고 있고,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카톡방을 나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카톡방을 나갔다. 


 오늘 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몇 시에 상담실로 오겠다는 거였다.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다른 시간에 만나자고 했으나 그녀는 급하다고 했다. 나의 일정을 바꿔 그녀의 교실로 갔다. 최대 30분이다. 이전에도 그녀는 내게 몇 명의 아이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십 년을 담임을 하고 퇴직을 한 그녀였다. 자신은 말을 잘 못한다며 학부모와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일을 나에게 떠맡기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그녀에게 갔다. 그녀는 내게 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이렇게 말하니 속이 좀 풀리네요" 한다. 말 그대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그러면 점잖게 거절한다. 나의 감정을 존중해 줘야겠다. 아니면 유머러스하게 상담비를 요청해야겠다. 비록 그녀의 기분이 나빠진다 하더라도 그건 그녀의 몫이다. 나는 내가 언제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는 것은 거부한다. 

 

 야밤산책을 나갔다. '졸졸졸'흐르는 물소리에 감정의 쓰레기가 떠내려갔다. 아내가 좋아하는 달이 떴다. 사진을 찍었다. 막히는 도로를 운전하고 퇴근한 아내는 한참 전에 잠이 들었다. 아내는 마음이 힘들면 잠을 잔다. 교사라는 일이 사명이라 생각하면서도 때때로 감정이 상황에 끌려간다. 상황을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산책을 했다.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로가 집 앞에 있음에 감사하다.


 카톡방을 나갔다. 

그에게 얽혀있는 감정의 찌꺼기도 내 안에서 나갔다. 

그와 상관없이 나는 내 자리에서 거침없이 성장한다. 그래 거침없이...


#라이크 라이팅 #라라크루


 한줄요약 : 부정의 감정을 일으키는 카톡방에서 나가서 거침없이 성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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