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플랫폼 수수료 잔혹사
카카오에 불이라도 났으면 좋겠어요…….
모 동료 작가가 분노에 차 중얼거렸다. 카카오페이지 프로모션 심사를 넣은 지 두 달여 만에 탈락 통보를 받은 직후였다.
앞서 웹소설 작가의 조건이니 재능이니를 이러쿵저러쿵 떠들었지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덕목은 따로 있다. 바로 인내심. 내 웹소설을 편집할 출판사를 찾고, 계약하고, 그 원고를 내줄 플랫폼에 심사 접수를 하고…… 모든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신작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내 작품이 잠깐이라도 눈길을 끌려면 프로모션을 받아야 한다. 어떤 프로모션을 받느냐에 따라 어떤 위치에 노출되는지 결정되고, 이는 곧 매출과 직결된다.
그러니 작가는 내 작품이 제일 좋은 자리에 걸리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순 없다. 언급했다시피 작품은 넘쳐나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유료 연재의 경우, 작가는 출판사를 통해 플랫폼에 초반부 원고 10화와 시놉시스를 전달한다. 그걸 ‘프로모션 심사’라고 한다.
심사 기간은 플랫폼별로, 시기별로 달라진다. 짧으면 3주에서 길게는 3달을 넘기기도 부지기수. 심지어 몇 년 전만 해도 10개월 가까이 결과를 받지 못한 사례도 왕왕 있었다.
그동안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플랫폼의 신이 보우하사 내 글이 심사에 합격하길 물 떠 놓고 비는 수밖에.-실제로 나는 넘쳐흐르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동네 산 중턱의 돌탑에 대고 기도한 적도 있다.-
그렇게 기다려 통과가 되면 다행이지-설령 정확한 런칭 일자가 잡히기까지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하더라도-, 프로모션 심사에 떨어지면 더한 고통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다른 플랫폼에 심사 접수를 넣어 또 한 달일지 석 달일지 모를 기다림을 반복해야 하니까.
로판 기준 독자가 활성화된 유료 연재처는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리디 셋이다. 가령 카카오페이지에 먼저 기다무 심사를 넣었는데 떨어지면 시리즈에, 거기서도 떨어지면 리디에…… 이런 식으로 내 작품을 전시해 주십사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한다.
석 달이나 기다렸는데 떨어지고, 또 한 달 기다려 떨어지고, 또 두 달 기다려 떨어지고- 갈 곳을 찾지 못한 작품이 그렇게 반년에서 1년 가까이 붕 뜨는 경우는 흔하다. 나 역시 이미 완결고가 있는데도 플랫폼 심사에 줄줄이 떨어져 입술만 깨문 게 올해고.
웹소설 업계를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Q. 그냥 동시에 넣으면 안 되나요? 한꺼번에 다 넣으면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되잖아요.
A. 안 됩니다.
플랫폼 심사는 동시 접수가 안 된다. 암묵적인 관례인지 뭔지. 왜 안 되냐고 묻는다면-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아아…….
동시 접수가 가능해서 비슷한 시기에 결과가 나온다면 시간도 훨씬 절약될뿐더러 둘 이상의 심사를 통과할 경우 어떤 플랫폼에 갈지 작가가 재보고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현 상황에선 허무맹랑한 꿈에 불과하다.
플랫폼 내부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통과와 탈락이 결정되는지 작가는 모른다. 플랫폼마다 ‘이런 스타일을 선호한다’라는 분석한다 한들 내부 정책 혹은 담당 MD가 바뀌었다는 소문 이후 갑자기 기존과 다른 작품이 떡하니 걸릴 때도 있다.
요지는…… 플랫폼 안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작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두 달이나 기다려-당시 예상한 기간을 훌쩍 넘긴 뒤였다. 한 달 정도 걸릴 거라며 이것들아- 탈락의 고배를 마신 당사자의 속이 어떻겠는가?
“카카오에 불이라도 났으면 좋겠어요…….”
평소라면 열심히 동의하며 지도 앱으로 카카오 본사 주소라도 검색했을 텐데, 그땐 그러지도 못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거기 진짜 불났잖아.”
다들 2022년 10월 15일을 기억하는가?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난 날 말이다. 카카오톡은 물론이요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까지 먹통이 돼서 많은 국민이 혼란에 빠졌던 그날.
카카오톡이 없어서 연락을 못 하고, 페이가 안 돼서 결제를 못 하고, 택시가 안 잡혀 곤란에 빠진…… 그런 일상의 혼돈에 ‘카카오페이지 접속 장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그날 작품이 처음 런칭되는 작품이 있었고, 15일 당일은 아니라도 그 주에 런칭 되어 한창 배너에 띄워지고 있던 작품도 있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작가에게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명백히 플랫폼의 잘못인데도. 오픈 당일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들-대배너, 개별 팝업창 등-을 다른 날 지원하거나 프로모션 일자를 하루 늘려주지 않았다.
웹소설은 런칭 직후 일주일이 전체 매출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하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나는 플랫폼의 무책임한 태도에 의문이 샘솟았다.
그럴 거면 수수료는 왜 50%나 떼가는데?
간혹 웹소설 플랫폼에서 ‘연 매출 @@억 달성!’이란 홍보 카피를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플랫폼에서 몇 퍼센트, 출판사에서 몇 퍼센트 덜어내면 작가한텐 이만큼 돌아가겠네, 하고 나도 모르게 셈하게 된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등 다른 업계에서 과도한 수수료로 목소리를 낼 때 ‘플랫폼들 다 양아치야’라며 십분 동의하면서도 정확한 비율을 들으면 ‘이쪽보단 낫네’ 하게 된다.(당연히 직군별 애로사항과 고충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이점을 미리 짚고 넘어간다.)
수수료 10%? 귀엽다 못해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웹소설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면 기준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무려 이곳은 제일 낮은 플랫폼 수수료가 30%!
45~50%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흔할뿐더러 간혹 눈에 띄는 자리에 배정해 준다는 명목으로 출간일부터 며칠 동안 60%를 떼가기도 한다…….
이렇게 플랫폼에서 글 값의 절반을, 남은 절반에서 출판사와 작가가 나눠 가진다. 물론 세금과 공적 보험료는 별도다…….
자, 조금 헷갈린다고? 어려울 것 없다. 이건 아주 간단한 산수니까.
웹소설 유료 연재 편당 금액은 100원. 여기서 플랫폼은 3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이 금액에서 출판사는 계약한 몫을 가져가는데, 여성향의 경우 통상적으로 30%. 작가는 50원의 70%, 즉 35원을 가진다. 소득세와 보험료를 고려하지 않는다 치고, 작가에게 떨어지는 돈은 100원 중 35원이다.
35원.
창작자보다 유통사가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다른 플랫폼을 가자!’라고 해도 대안이 마땅찮고, ‘정식으로 항의하자!’라고 해도…… 제대로 된 창구도 없거니와 개인이 이름을 걸었다가 플랫폼에게 찍히기라도 하면?
말했다시피 유료 연재 플랫폼은 단 세 개인 데다 작가 대부분은 플랫폼을 골라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기성작가도 역제안 없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경우 더더욱. 이미 시장의 인정을 받은 극소수의 유명 작가라면 모르겠지만. 작품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봉착한 작가 대다수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는 유구한 문제다. 2021년 10월 19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지회에서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관련 규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