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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Feb 27. 2024

‘뽀드득, 찰칵’

 말은 아니어도, 어떤 소리엔 사람의 말이 깃든 것처럼 들린다.      

 밤사이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오전에 나가보니 운동하러 자주 가는 놀이터도 하얀 이불을 덮었다. 실제 눈의 무게는 상당하겠지만, 햇빛에 비쳐 밝게 빛나는 눈은 드레스처럼 가벼워 보였다. 뭐든 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왠지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설경을 보면 왜 감탄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지금이나마 그 이유를 이렇게나마 생각해 보지만, 막상 그때나 또 다시금 볼 눈 덮인 광경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어떤 작용에 의해 감탄하게 될 것이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운동을 하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 아주머니가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놀이터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 나무 앞에 멈춰 선다. ‘찰칵’ 또 걷는다. ‘뽀드득 뽀득’

 얼마 못 가 또 다른 나무 근처에 선다. 이번에는 나무에 꽤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뒤로 젖혀 카메라 렌즈를 윗 나뭇가지로 향한다. ‘찰칵’     


 크지 않은 놀이터라 나무가 몇 개 없는데, 그 나무마다 멈춰 서서는 한 장씩 찍어 간다. ‘뽀득 뽀드득 찰칵’     

 아주머니가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찰칵’하는 그 소리에서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꽃이 만발한 데 가면 꼭 들려오는 말들처럼. 엄마도 길가에 핀 꽃을 볼 때면 “어쩜 이렇게 예쁘니” 하는데, 그렇게 감탄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뽀득뽀득 찰칵’     

 나도 모르게 설경에 녹아든 아주머니가 하는 듯한 말에 멈추어 선다.      

 가만히 멈춰있는 것에 다가가 멈춰 어떤 아름다움이 깃든 지 살펴보는 소리.  

 그렇게 다가와 줬으면, 또 그렇게 다가가야지.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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