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4월 4일은 조카 결혼식이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예식장입니다. 꼭 가야하고 가고싶고 진작에 간다고 약속했고 시간도 많았습니다. 허나 전날 누나에게 전화해 불참을 사죄하고 축의금을 송금했습니다. 남은 생 욕 먹을 각오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일 미국은 천 명 넘게, 유럽은 인구 많은 나라들에서 수백 명씩 사망합니다. 장례식을 치루지 못 하고 시신마저 처치 곤란하다고 듣습니다. 나라마다 대응이 크게 다릅니다. 선진국이든 아니든 대개 도시를 봉쇄해 이동을 금하거나 집 밖으로 외출을 금지합니다. 정당한 사유없이 집을 나서면 수 십, 수 백만 원 벌금이나 징역형을 때립니다. 심지어 필리핀은 외출하면 경찰이 총으로 사살합니다.
정반대로 스웨덴, 브라질 같은 나라는 외출, 모임을 장려합니다. 집단 면역이란 명분으로 걸릴 사람 걸리고 나을 사람 나으란 겁니다. 전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실험하는 거지요. 한편 일본은 검사가 택도 없이 적습니다. 37.5도 이상 4일 지속하고 것도 의사의 판단이 있어야 검사해 줍니다. 이래서는 일본 전역이 배양 접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정부 발표가 신뢰를 잃고 실제 감염자가 몇 만 인지,'몇 십 만인지 가늠조차 못 합니다.
우리나라는 도시간 이동도 외출도 자유롭습니다. 대대적이고 적극적인 검사, 격리, 치료 등 독보적 창의적 대처로 세계로부터 칭송받습니다. 하지만 나라,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국민이 하나되어 힘을 합쳐 애쓰는데도 매일 100여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질본은 대구처럼 수도권에서 언제든 재폭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신신당부합니다. 아무래도 전처럼 했던 거 다 해서는 잡히지 않을 거 같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아프지만 개인 외삼촌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경사입니다. 희망적인 건 조카 결혼식 외에 당일 예식장에 다른 결혼식은 모두 취소되었답니다. 주례 서실 분은 취소되지 않았고 소수지만 교인 몇몇이 축복해 주기로 했답니다.
생명, 안전뿐 아니라 경제도 큰 일입니다. 지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마비되니 우리나라만 해결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세계인이 힘을 합해 코로나 바이러스 이 놈을 빨리 반드시 때려잡아야 겠습니다.
누나에게 제 글을 카톡으로 보내어 축복했습니다. 매정한 외삼촌이 되어 여전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슬기
참 잘 자랐네
자네는
신께서 내리신 최고의 축복이었네
뱃속서부터 벌써 엄마에게 삶의 전부가 되었지
귀 빠지고 첫 응애 소리는 아빠에게 삶의 이유를 던져 주었어
음 마, 압 빠하며 첫 입술 떼고
처음 뒤집고, 처음 기고, 첫 걸음 떼고, 첫 학교 가고.....
하나하나 순간순간이 기적과 같아서
때마다 엄마, 아빠의 고단한 삶에 뜨거운 활력을 불어 넣었어
이제 자네 덕에
엄마, 아빠는 든든한 청년을 아들로 얻게 되었네
곧 복덩어리 손주까지 안겨 주것지
자식 낳거든 그 가없는 내리사랑이 바로 엄마, 아빠의 사랑이었다는 걸 잊지 말게나
인생길 가다가 가시밭, 바위산이 막아서도
가족만 있다면 봄날 꽃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억하게나
사랑하는 이와 아들, 딸 쑥쑥 낳아
한 가정 이루어
살며 사랑하며 행복하시게
참 잘 키웠소
당신은
어느날 신에게서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선물을 받았지
뱃속서부터 부정한 음식가리랴,
눈길에 미끄러지랴 얼마나 마음 고생하시었소
귀빠질 때 그 고통은 또 얼마나 컸소
첫 응애 소리에 터질 듯한 환희와 무한한 삶의 의욕이 가슴에 솟구쳤지
때마다 삼시세끼 골라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입히고,
편히 재우고, 교양 있게 가르치고, 아프면 낫게 하고
여식이니 늦으면 마음 졸인 날은 셀 수나 있으리오
그리고 인륜지대사 혼사까지
그 모든 걸 다 기꺼이 해내지 않았소
강산이 변하고 또 변하고 다시 변하는 긴긴 세월
두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고
두 다리는 또 얼마나 바빴겠소
그 정성은 또 어찌 가늠이나 하것소
그렇게 당신의 어린 분신을 세상에서 가장 곱고, 가장 예쁘고,
가장 귀한 숙녀로 훌륭히 키워 내었소
태어나 아부지, 어무이께 젤 큰 효도한 거고
살면서 젤 중요한 일을 해낸 거라오
그 지극 사랑과 정성에 복 듬뿍 받아서
이제 귀한 아들 들이고,
곧 당신의 과거이자 미래인 손주까지 얻게 되것지
고사리 같이 앙증맞은 손 쥐어 주고
우윳빛 토실토실한 볼 부비면서
녀석과 더불어 세상에서 젤 행복한 할아버지, 할머니 되실게요
참 고맙소
참 잘 자라 주어서
참 잘 키워 주어서
백년 지나와 다시 백년을 이어줄 아름다운 언약의 날
이 기쁜 날
이 행복한 날을
함께 축복할 수 있어서
2020. 04. 07
후기
전국민이 저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4월 4일 조카 결혼식 참석을 포기한 직후 다음주부터 전국 확진자수가 100명대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50명 이하로 뚝 떨어지더니 며칠새 다시 뚝 30명 이하가 되었습니다. 2월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 이후 석달만에 드디어 코로나로부터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국내 확진자 수 (명) 4월 1일~4월 10일
101 89 86 94(토) 81 47 47 53 39 2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