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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03. 2020

로마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글이란


ㅡ1단계




웃자.

가짜 말고 진짜.
여러 번 말고 단 한 번.
난 처음 가진 걸 헤아려 안분지족하고 하하하하 입 한껏 벌리고 웃어보았다.

마음이 터지더라.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처럼.
처음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더라.



웃자



웃자

활짝 웃자

오늘이 가장 행복할 때 아니겠는가   


웃자

그냥 웃자

웃지 않는데 행복이 찾아오겠는가  


울자

실컷 울자

어제가 가장 슬플 때 아니었는가    


울자

그냥 울자

울지 않는데 슬픔이 가시겠는가   


참자

꾸욱 참자

화내 본들 무엇이 나아지겠는가  


참자

그냥 참자

원망한들 누가 곁에 남아있겠는가    


돌아보면 잠깐이고

내다보면 한참인데

심각해서 무에 그리 좋겠는가    


그저 잠시 다녀가는 삶이지 않겠는가

그나마 숨이 있어 웃고 울고 참을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행복이지 않겠는가



후기        


닭 손질하다가 불현듯 57년 만에 처음 행복을 생각하다.  


2017.07.11




ㅡ2단계




나의 죽음을 체험하자.

직접 말고 간접.
여러 번 말고 단 한 번.
주검처럼 침대에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내 주검을 그려보았다.
눈물이 줄줄 흘러 앞을 가리더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고 있는 내가 한없이 소중해지더라.



주검   



내 주검의 얼굴은 평온할까

일그러져 있을까    


눈은 감고 있을까  

뜨고 있으면 무서울 텐데    


입은 다물고 있을까

열려 있으면 실없어 보일 텐데   


손은 너무 움켜쥐지는 않았을까

곧게 펴려면 아플 텐데


마지막 순간

내 생애 단 한번 남은 숨은 얼마나 길까    


그 순간 수십 년 살아준 고마운 너무나 고맙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못다 한 말이 얼마나 많을까    


그  순간 사랑하는 한없이 사랑하는 아들 둘에게

다 못 준 사랑이 얼마나 후회될까    


그 순간 그리운 꿈에도 그리운

엄마 아부지가 보일까 보면 무어라 하실까 무어라 할까    


아내는 얼마나 울까 나만큼 영원한 이별이 슬플까

아들은 얼마나 울까 나만큼 영원한 이별이 슬플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내 주검이 목욕할 때

발가벗긴 모습이 추하지는 않을까  

손 대면 차가워서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수염 깎는다고 생채기 내지는 않을까

벌레 파고들까 귀, 코, 입 솜 틀어막으면 숨 막히지는 않을까   


먼 길 떠난다 춥지 말라고 삼베 새 옷 겹겹이 입히면서

꽁꽁 묶어 갑갑하진 않을까

머리마저 동여매면 영영 다시는 못 볼 얼굴인데

엄마 아부지 묶을 때처럼 뺨이라도 맞대고

키워준 손 부여잡고 목 놓아 울어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내 주검의 송별회에서

영정 사진은 어떤 걸 써줄까

젊어서 낡은 걸까 늙어서 새 것일까

웃는 얼굴일까 근엄한 표정일까


친척 친구 한꺼번에 다 보는 건 좋다마는

더는 볼 수 없는 거 아닌가

친구에게 처음 받는 절 어색하진 않을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쑥스럽지는 않을까

모르는 사람이면 누군지 물어볼 수도 없고 어떡하나    


절 하면서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안타까워할까

돌아서서 손가락질하지는 않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나 태어나 3남 3녀 형제자매 같이 자라고

아내 만나 아들 둘 낳고 기르고

엄마 아부지 같이 살다 따로 가신

평생 정 박힌 가매기 삼거리 집

정녕 떠나야 하나

어찌 발길이 떼일래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영영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건만

엄마 아부지 보낼 때처럼 관 따르며 가지 말라 피눈물을 흘리고

가시는 길 막을 수 없어 잘 가시라 소리쳐 울어줄까  


주것는가 살앗는가    


엄마 아부지 행복하게 함께 살라고 합장해 드렸는데

바로 아래쪽에 오순도순 묻어 줄까

땅 파고 묻으면 살은 썩고 뼈만 남는데

엄마 아부지 묻을 때처럼 관 내리지 말라 끌어안고

넋을 잃어 울어줄까    


새 집 내 집 흙무덤 다지면서

오~호 다~리 오~호 다~리 구성진 달구질소리는 들을 수 있으려나

장마에 안 쓸리게 멧돼지 못 파먹게 굳게 굳게 밟아 주려나

막걸리 석 잔 받고 절 세 번 다 받으면 다 떠나가고

난생처음 죽어 처음 적막 산중 홀로인데

시각마다 나누어서 쉬엄쉬엄 따라주면 아니 될까    


이리 삼 일이 지나면 주검이 익숙해질까

다시 칠 일이 일곱 번 지나면 익숙해질까


일 년 지나면 보고 싶어 할까

십 년 지나면 보고 싶어 할까    


그렇게 잊혀져 가겠지

그렇게 내 주검은 썩어 흙이 되고 물이 되겠지     



후기        


반듯이 누워 내 주검을 처음 마주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줄줄 앞을 가리네   


2017.07.26.     




ㅡ3단계




1, 2 단계를 거치니,


내가 보이더라.
내 가족이 보이고, 내 친구가 보이고, 내 이웃이 보이더라.


내가 사는 세상이 보이더라.
키우는  말고 산꽃 들꽃, 큰 거보다 작은 꽃, 꽃보다 꽃망울이 아름답더라. 
자연의 모든 게 반갑고 신비롭더라.


세상 다 필요 없더라.

세상의 중심이 나더라.

세상이 곧 나고 내가 곧 세상이더라.


겁이 없어지더라.

거칠 게 없어지더라.




ㅡ4단계




생각을 놀이 삼아 즐기자.

주제는 따로 정할 거 없다.
마음 가는 대로.
또는 언뜻언뜻 떠오르는 거 잽싸게 스맛폰에 메모.
짬 날 때, 심심할 때 꺼내서 생각해 보고, 다시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고. 묵혀도 보고.

그러니,

쓸 게 많아지더라.
쓰고 싶더라.
써야겠더라.

쓰니,

즐겁더라.
생각이, 삶이 정리되더라.
정돈되면서 쌓이더라.
쓸수록 샘솟더라.

글이 꼭,
 
길어야 맛 아니고
시간 들여 공 아니고
겪은 체험 아니고
쥐어짜는 산고 아니더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거꾸로 보면 로마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거.
글에 이르는 길도 외길이 아닌 건 마찬가지.

선택은 자유!

그랬다는 거지 어쩌라는 거 아니다.

give and take.

당신도 글이든 뭐든 비법이 있다면 꽁치지 마시고 공개하셔용. 배워 써먹게롱.

웃자.

웃으면 복이 온다.
꼭 글이 아니어도.



2020.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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