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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31. 2020

시간의 역순

글이란


글이 꼭 내림 순 이어야 하나?

4, 3, 2, 1 역순이면 어떨까?




노 두건




4



노 삿갓은 어떤 모습일까?

말은 삿갓이지만 현대적 감각과 실용적인 두건이 훨 낫겠다.
머리를 덮어 싸고 이마에서 바짝 당겨
뒤에서 질끈 묶은 정사각 두건.

폼 난다.


대머리를 완벽하게 가려준다.

다른 색상과 무늬로 패션을 즐긴다.
일곱 장 월화수목금토일 요일마다.
원색 빨강, 녹색, 오렌지 그리고 혼색 넷.

실용적이다.


머리가 헐벗어 겨울에 휑하니 썰렁하고
여름 태양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걸 막아준다.

바람에도 끄떡없다.
언제든 쉽게 빨고 금방 마르고
천조각이니 작고 가벼우며 싸다.

새롭다.


양팔을 번쩍 들어 매듭을 지을 때마다 불끈 결기를 다진다.
날마다 새길이니 매일 풀 먹인 듯 빳빳한 새 거.

여유까지.


느티나무 아래 누워 오수를 청할 때 길이로 접으면 눈가리개로 쓸 수 있다. 뒤로 살짝 묶으면 몸을 뒤척여도 벗겨지지 않는다.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까?

자유인


물 흐르듯 유유자적 휘적휘적.
어디까지, 언제까지 걸을지 내키는 대로.
해지면 텐트, 배 고프면 밥 짓고, 생각나면 글 쓰고, 그러다가 잠들고, 눈 떠지면 길 떠나고, 맘에 들면 머물고.

자연인


필수 외 문명의 이기와 속세를 멀리 한다.

구도자


도가 먼지는 모르나 길 도자이니 하염없이 길을 걷다 보면 도를 구할 수도 있을 터.

건강과 안전은 기본.
질병, 저체온증, 온열병...
도로 차량, 위해 동물, 해충, 야간...

아내에게 매일 밤 안부 전하고.

이처럼 김삿갓 같은 듯 많이 다르니 나답게 노 건이라 하자.



3



혹 여정을 글로 팔 수 있지 않을까?
단 팔기 위한 글은 압박이므로 사린다.
팔려도 약초 학습은 즐긴다.



2



생각났다.

돈 떨어지면 산 넘을 때 약초를 캔다.
며칠이고.
카톡으로 흥정하고 우체국 택배로 보내고, 입금받고.
그러려면 약초 도매상이나 소매상을 알아둬야.
그러려면 약초 책을 갖고 다녀야
그러려면 쌕보다 방수 배낭이 필요하다.

가만, 배낭 하니까 챙길 게 많다.
숙박하려면 돈 들고 그럼 약초를 더 캐야 하고 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갈길이 늘어진다.
식사를 사 먹으면 더 하다.
무엇보다 숙식을 돈으로 해결하면 노 삿갓에 안 어울린다.
그러니 텐트, 버너, 코펠, 쌀, 밤에 추위에 옷가지 등 의식주에다 약초 책, 캐는 도구에다 비상약, 안전 장비 등 짐이 많이 는다.
그렇다면 배낭을 큰 걸 사야 한다.



1



난 어느 날 등에 쌕 하나 매고 10만 원 들고 집 문을 나서는 게 막연한 꿈
무작정 걷다가 쉬다가 돈 떨어지면 일 해주고 다시 출발
목적지도 끝도 모름.
시작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첨에 100만 원은 가져야 할 듯.
적응하려면.
출발했다가 돈 떨어지면 바로 버스 타고
오는 거 아녀?


더 생각해 봐야겠다

혹시 나하고 같이 걸을 사람?
선착순 한 



2018. 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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