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하나가 떠도는 고소장을 밴드에 올린다. 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다들 깊은 내상을 입는다. 그리고 찾아든 고요.
입 다물고 있었지만 역시 상처 받은 친구가 글을 올린다.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유유히 가면 된다는 내용의 인용 글.
ㅡ댓글 단다.
그려~상처 받고 사는 게 삶인가 봐. 혼자 살 수도 없고. 자연인이 답인데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몰라.
ㅡ댓글 하나 더.
비 온 뒤 땅 굳는다는 건 옛말. 그 땅은 자연의 땅, 푹신푹신한 땅. 나이 60이면 땅 아닌 콘크리트. 비 암만 와봐야 땅은 터치도 못함. 머리가 땡땡 굳어 있음. 쳐봐야 쇠 종소리밖에 안 남. 엄청 큰 통나무를 여럿이 들었다 놔도 종은 꿈적도 안 함. 서로 조심해야지 뾰족한 수 없다.
이 나이면 비 오고 나면 쑥쑥 자라는 새싹 아닌 늦가을 낙엽 같은 나이. 찬바람 불면 휙 날아 바닥서 뒹굴다가 마르고 비틀어지고, 운 좋으면 썩어 흙 되고 물 되는 거고, 요즘은 바스러진 나뭇잎처럼 뼛가루 바람에 훌훌 날리거나, 단지에 가둬두거나.
남의 일 같지? 최근 친구 하나가 또 그렇게 갔잖아. 허허. 밴드서 금지하는 정치하지 말고 오순도순 지냅시다용~
ㅡ댓글 하나 더
ㅇ 웃자 ㅇ
웃자 활짝 웃자 오늘이 가장 행복할 때 아니겠는가?
웃자 그냥 웃자 웃지 않는데 행복이 찾아오겠는가?
울자 실컷 울자 어제가 가장 슬플 때 아니었는가?
울자 그냥 울자 울지 않는데 슬픔이 가시겠는가?
참자 꾸욱 참자 화내 본들 무엇이 나아지겠는가?
참자 그냥 참자 원망한들 누가 곁에 남아 있겠는가?
돌아보면 잠깐이고 내다보면 한참인데 심각해서 무에 그리 좋겠는가?
그저 잠시 다녀가는 삶이지 않겠는가? 그나마 숨이 있어 웃고, 울고, 참을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행복이지 않겠는가?
못 참는 내가 바보. 머리가 땡땡 굳은 거 맞다. 새해 첫날 보신각종처럼 통나무로 들입다 쳐도 종소리만 땡~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