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롬방 하드 5원ㅡ아이스크림 현대사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모든 것
1970년 초. 국민학교 4학년쯤인가.
원주 시내 B도로 뻐스부와 탁구장 사이에 하드 공장이 있었다. 이름하여 코롬방 하드. 공장이래야 부로꾸 건물 30평쯤 이었으리라. 거기를 친구와 둘이 찾아갔다. 쭈삣하며 하드 떼어다 팔고 싶다고 하니 사장님인가 어른이 돈 있냐고. 없다 하니 팔아서 갚으면 된단다. 외상이 된다는 거. 하드 팔려면 알아야 한다면서 공장 구경을 시켜준다.
부로꾸만한 쇠철통. 위가 트였고 두 줄에 다섯 칸인가 해서 열 개 구멍. 거기에 물에다 팥물인가를 탄 액을 붓고 칸마다 넙적하고 길다란 작대기를 꽂고 얼린다. 통을 탕탕 치면서 쏟으면 그게 하드다. 단맛인데 설탕을 넣었는지 다른 단맛 내는 걸 탔는지는 알려주지 않아 모른다. 흑설탕도 귀한 시대니 설탕은 아니었을 거.
가방을 준다. 지금으로 치면 아이스박스. 정사각에 가까운 직사각통은 내부에 함석인가 철판을 댔다. 상단은 반을 나누어 한쪽을 위아래로 여닫이. 양옆으로 넙적하고 튼튼한 끈을 넉넉한 길이로 달아 멜 수 있게 했다. 군용 국방색 니꾸사꾸 룩색 멜빵을 여기다 달았다.
친구 열 개, 나 열 개. 처음이니 이거부터 팔아보란다. 둘이 함께
학성국민학교 정문 길 건너편으로 가서
하드! 코롬방 하드!
하드! 코롬방 하드!
처음엔 쑥쓰럽다가 자꾸 하니 소리가 커지고 리듬도 탄다. 골목 안에서 누가 부른다. 얼씨구나 가보니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여러 명이 스무 개를 다 먹는다. 근데 돈을 안 준다. 달라니 꺼지란다. 끼얹은 물에 불 꺼지듯 꺼진다.
고민 끝에 공장에 가서 사장님에게 사실대로 말하니까 다시 열 개씩 통에 담아주며 팔아서 갚으란다. 놀리지도 꾸짖지도 않으니 으레 그러려니 여기는 거. 이번엔 절대 골목 안으로 안 들어가고 신작로 가로만 다니면서
하드! 코롬방 하드!
또 빼앗길까봐 골목 안에서 듣지 못 하게 기어들어가는 소리. 너무 더운지 어쩌다 사람 한둘 다닌다. 둘 다 지친다. 통을 깔고 앉는다. 하드가 땡긴다. 하드 하나 값 5원인가 있어서 그걸로 친구 걸 사서 먹는다. 둥글고 굵고 얼음처럼 단단해서 이빨로 한입에 베어 물기 어렵다.길어서 한참 빨아도 팥물이 녹아서 줄줄 땅바닥에 떨어진다.
친구가 보더니 5원을 주면서 내 걸 사서 먹는다. 내가 다시 친구에게 그 5원을 주고 사 먹는다. 한여름 대낮 무더위에 손님도 없고 이렇게 5원을 주거니 받거니 서로를 손님 삼아 앉은 자리에서 열 개씩 사서 먹는다. 속까지 얼얼. 헌데,
엥, 돈이 5원밖에 없네!
이게 뭔 일이래? 왜 돈이 5원이 전부? 열 개 팔았는데? 친구도 열 개 팔았는데?
심각한 고민 끝에 엄마한테 사실을 고하고 거금 50원을 달래서 외상을 갚았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코롬방 하드를 외치지 않았다.
그때 20개 팔았는데 왜 돈이 5원밖에 안 되는지 헷갈렸다. 산수를 잘해서 늘 우등생이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미스테리. 따지기 싫어서, 굳이 추억을 깰 필요가 없기에.
쌩뚱맞게 이 야그를 무인 매장 시리즈에서 왜 하냐. 장사 얘기 지겹지 말라고. 그러면서 슬쩍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낑궈넣는 거. 코롬방 하드가 원조다. 그때는 그거 한 가지가 다였다. 지금은 그 형태를 아이스바라 부른다. 작대기 바. 바만 해도 둥근 거, 사각, 넙적한 거, 맛 등 백여 종. 그후 부라보콘 빅 히트하니 콘류 수 십 종에다가 벼라별 걸 다 개발한다. 하드는 딱딱하니 부드러운 소프트도. 해서 지금 300여 가지. 가격은 절루 싼 게 500원부터 홈류 즉 패밀리용으로 사발만 한 건 5.000원 이상. 수입은 만 원 넘는 거도. 바만 치면 5원인가에서 500원 된 거니까 100배 뛴 거. 아니다. 편의점에서 1,000원이니까 200배.
50년 전 하드 팔던 꼬맹이가 환갑 넘어 아이스크림 파는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니면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그때는 하드 한 개도 못 팔고 쫄딱 말아먹었는데 이번엔 용돈은 되겠지. 올해 여름은 처음으로 더위가 반갑다.
어우, 오늘 덥다 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