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언론이 무인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고 떠들석. 그중 하나. 중학생 둘이 세 곳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키오스크를 부수고 현금 47만 원을 털었고, 이어서 네 번째 털다가 출동한 경찰에 잡혔다. 훔진 돈은 세 곳 합친 게 47만 원. 하룻밤새 일이다. 다른 하나. 초등학생 여럿이 무인 문구점에서 6백만 원어치 문구를 훔쳤다. 몇 달에 걸쳤다.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실제 사례로 무인 매장의 도난 문제를 살펴보자. 오픈하고 오늘까지 5개월간 도난 적발 실적을 밝히자면,
키오스크의 현금 털린 적 없다. 혹시 털려봤자 15만 원 가량. 키오스크는 몇 백만 원짜리 최고가 장비. 헌데 책상 서랍 키 같은 싸구려 구멍 자물쇠. 도라이바로 쿡 쑤셔 돌리면 쉽게 열릴 거. 시건 장치를 이중으로 덧대는 경우를 보았다. 기기를 부수면 몇 백 날리는데? 수리 기사 서울서 오면 출장비에 부품대에 돈 100은 부를텐데? 이럴땐 싸구려가 최고다.
CCTV로 적발 총 20건.
아이스크림 등 상품 절도 5명. 고의, 상습이라 경찰에 신고.
계산 실수 14명. 사람을 찾아서 변제 및 재발 금지 약속.
4건의 상습 절도 1명 포함.
인원 비율로 따져보니
절도 1,000명에 1명꼴.
계산 실수 500명에 1명꼴.
오픈하고 첫 두 달은 신경쓰지 않았다. 도난으로 인한 손실율을 파악하려고 다음 석 달은 작정하고 CCTV를 들여다 보았다. 적발률 90%는 될 거. 20건이 많아 보여도 평균 월 4건, 주 1건.
놀랍지 않은가?
주인이 없는데 도둑은 0.1%, 계산 실수는 0.2%에 불과하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숫자냐 하면 고객 중엔 돈 개념 부족한 6, 7세 아이, 최첨단 키오스크를 처음 대하는 60대 이상도 쌨다. 밤부터 새벽엔 주취자. 셀프 말고 주인이 직접 계산해도 이보다는 더 실수한다. 무인이라 고객에게 셀프로 계산을 맡기니 주인보다 더 신경 써서 철저히 하는 거다. 당 매장의 고객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절도든 계산 실수든 각 100명당 1명, 즉 1%만 되어도 무인 매장 운영 어렵다. 총고객수 5,000여 명이니 100명이 들락날락. 24시간 CCTV 감시해야 한다. 허구헌날 경찰 신고. 손실도 보도된 무인 문구점처럼 수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절도든 실수든 금액은 소액. 대개 아이스크림 500원짜리 하나. 것도 대개 열 개 아상 또는 여러 개 계산하면서 하나 정도 누락. 열 개 중 하나라면 금액으로 친 도난 손실율은 수량 손실율의 10분의 1 수준. 그러니 총금액 손실율은 대충 0.02%. 월 매출 1,000만 원이면 2,000원. 실질적으로 영업에 지장 없다.
언론은 뉴스거리나 되어야 관심 주니까 최대한 큰 거 골라서 터뜨리는 거. 금고 터는 경우 거의 없다. 털어봐야 15만 원. 것도 100원 동전 한무더기 박박 긁어서. 세 곳 털려면 꼬박 세 곳 들러야. 야밤에 이게 뭔 지랄. 그래서 정은이가 야들 무서워서 남침 못 한다는 중딩이나 터는 거.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원주에 80여 개 추정. 인구 비례로 전국 약 10,000개. 그중에 일 년에 두어 개가 현금 도난. 무인 문구점에서 600만 원 상품 절도는 다르다. 상품이 이 정도면 거리낌 없이 가방에 쓸어담는 거. 도난 관리 아예 안 하면 이 지경 된다. 바늘 도둑 소도둑 만들고 멀쩡한 애도 바늘 도둑 만든다. 도둑 수 늘고 도난 건수 늘고 고가품 골라서 훔쳐가니 도난 손실은 어느 순간 폭증. 보도된 무인 문구점도 결국 폐점한다고. 무인 매장이면 어디든 얼마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재밌는 건 꼭 무인이라서 이런 건 아니어서 과거부터 유인이어도 붐비거나 면적이 넓은 매장은 늘 도난에 취약했다. 2000년대에도 가방에 쓸어담다 걸린 초등생들 있었다. 원주 지하상가에서 립 등 단가 나가고 부피 작은 화장품류. 자유시장에서 내가 운영하던 매장에서는 매장 밖 가판대를 2006년부터 12년간 무인으로 운영했다. 초기에 훔치는 걸 몇 번에 걸쳐 10여 명 잡았다. 다 단품 하나 둘 쌔비는 초딩들. 육안으로 실시간 잡은 거. CCTV는 거의 폼이었다. 일일이 돌려봐야 하는 불편, 화질도 구리고 돈 벌기 바쁜데 그럴 시간 없다. 그때 감으로 알게 되었다. 절도율이 무척 낮다는 거. 대다수는 선량하다는 거.그럼 그때 지금처럼 무인으로 운영하지? 떼돈 벌었을 거 아녀? 아쉽게도 그때는 키오스크는커녕 바코드도 제대로 안 되던 시절. 바코드 기계 사서 바코드 생성하고 붙이고 시도했는 바, 왜냐면 시스템으로 돌릴 수 있으면 체인으로 큰 돈 벌 수 있으니까. 고생만 하다 포기한 기억. 그런 연고가 있어 오늘 무인 매장은 내게는 옛 목표의 실현인 셈이다.
재밌는 거 하나 더. 근데 초딩이 가방에 쓸어담아 훔치는 20여 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데 과거와 달리 지금만 뉴스일까? 무인 매장이라 그런 거도 있지만 과거는 뉴스 거리가 안 되었기 때문, 즉 더 자주 그런 일이 있었거나 더 험한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무인이라 해서,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다고 해서, 무인이 유인보다 범죄가 심하다고 속단해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문서 두 장은 도난 목록표. 운영 중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키오스크 앞에 서면 볼 수 있도록 게시한 것이다. 찌질한 사건들 일색. 도난 사후 처리에 따라서 도난이 줄 수도 늘 수도 있다. 잘못하면 쇼핑 분위기 망치고 선량한 절대 다수까지 도둑 취급하는 크나큰 우를 범한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30년 유통 및 매장 상인으로서 노하우, 장사 철학과 나이든 자로서 삶의 지혜가 녹아 있으니...
구멍가게 주제에 너무 나간 거 아니냐 싶으면 요 단계에서 단호히 읽기 그치시구랴. 호기심, 관심사나 킬 타임 아니면 헛늙은이 주저리 맞으니까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