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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n 27. 2022

절도 합의금 2,000배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모든 것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대개 도난 관련 문구로 계산대 주변을 온통 도배한다. 커다랗게 절도하면 20배 배상, 세면 50배. CCTV 캡처해 얼굴, 전신 이미지 A4 용지로 덕지덕지. 자수해라, 형사고소 합의금 100만 원, 300만 원 받았다.


주인이 불안해서다. 고객 전부를 도둑으로 보는 거나 다름 아니다. 절도 잡겠다고 명예훼손도 스스럼 없다. 이래서야 도둑은 500원 아이스크림 20배면 만 원, 50배면 25,000원 물어내면 그만 아닌가. 이래서야 대다수 선량한 고객은 불안, 기분 상해서 쇼핑할 기분 나것나.




ㅡㅡㅡㅡㅡ




오마이아이스크림은 확연히 다르다.




1. 합의금



매장에 게시하는 도난 목록표에 이렇게 써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절도


1,000원 소액이라도 법의 처벌이 엄합니다.

6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

상습은 가중 처벌/야간은 징역/2인 이상은 특수절도죄로 10년 이하 징역


유형ㅡ(1형) 바코드 안 찍음 (대부분) / (2형) 바코드 찍되 목록에서 삭제


합의금ㅡ절도 1회당 100만 원/경찰 신고 전에 재발 금지 약속하면 선처합니다.


고의, 상습 절도는 경찰에 신고합니다.

실수는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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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100만 원.


훔친 건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인데? 2,000배 물어내라고? 그러니까 절도 하지 말라는 거. 예방 효과.


완충 장치 있다. 경찰 신고 후에 그렇다는 거. 고의, 상습만 경찰 신고한다는 거. 합의 안 필요하면 안 줘도 된다는 거. 고의적 실수는 구분해서 물건값만 받고 재발 금지 약속하면 경찰 신고 안 한다.


상습 절도는 합의금 커진다. 2회 200만, 3회 300만, 4회 400만 원. 실제 4회 절도한 자가 있다. 헌데 경찰에 신고 못 하고 고의적 실수로 분류해 그자를 찾고 있다. 왜?


6세쯤 아들 때문. 요즘 아이 키우기 힘들다. 대학까지 보내는데 3억 든다고. 더구나 그자 팔에 문신. 아내 대하는 태도도 불량. 전과자일 확율. 혹시 상습 절도 전과자? 까딱하면 구속. 아니어도 젊으니 취업에 불이익 있을 수도. 아이에게 큰 피해가 갈 수도. 해서 경찰에 신고 못 했다. 문제는 한 달 새 벌써 네 번째 절도. 전화해 달라고 써붙였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홈캠 마이크로 불러 세우던지 매장 갔을 때 보이면 완충 장치대로 할 계획.


초등학생 여자 아이를 경찰 신고한 경우. 매장 들어와 바로 집어서 바로 나간다. 2,000원짜리 완구 한 개만 달랑. 지체 없이 거리낌 없이. CCTV를 전혀 의식 않는다. 이 방법이 잡힐 확율이 작은 걸 안다. 사전에 답사해 훔쳐갈 거 미리 찍어 놓은 거. 한 번 해본 솜씨 아니고 앞으로 계속 그럴 거 뻔하다. 이에 비하면 열 개 사고 계산할 때 슬쩍 하나 누락하는 건 순진유구. 일개 상인이 상대할 수준 아니다. 예고한대로 경찰에 신고해야.


헌데 촉법소년. 다행히 형사 처분 없고 전과도 안 생긴다. 경찰에 증거 자료 갖추어 신고. 얼마 후 부모가 전화. 만나니 물건값 2,000원 갚겠다, 잘못했다고. 합의 원하면 100만 원 내라고 했다. 500배. 이후로 연락 없다. 왜? 100만 원 줄 필요 없으니까. 물론 2,000원도 못 받았다. 그럴 줄 알고 그런 거. 왜? 2,000원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않나? 받으면 그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네. 훔쳐간 거만 갚으면 별일 없는 거네.' 재범 조장. 여기선 그만해도 다른 곳 가서 절도 또 저지를 우려 크다. 그래서 안 받았다. 따라서 용서도 안 한 거.


아이나 부모 입장에서 절도하면 100만 원, 두 번 세 번 하면 200, 300이라는 거. 그건 확실히 머리에 콱 심어주는 효과. 아이 장래를 위해서도, 부모가 아이 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절도하면 반드시 잡힌다는 거, 물건값이 문제 아니라 500배  각오해야 한다는 거, 500배 밎지는 천하 바보라는 거, 14세 지나면 형사 처벌 플러스 기다리고 있다는 거, 평생 절도범으로 산다는 거. 아이라 봐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꾹 누르고 일부러 냉정하게 처리했다. 성인이건 아이건 경찰 신고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고의 & 악질 & 지능적 & 상습 절도 전과자가 걸리면 합의금 100만 원 이상 내야할 거다. 절도 적발도 원가가 있다. CCTV로 도둑 잡는데 시간 뺏긴다. 매일 1시간씩 1년 365일이면 최저 시급으로 치면 330만 원. CCTV 설치비 133만 원도 도둑 탓이 가장 크다. 500원짜리 훔쳐갔으니 500원 갚으면 피해보상 되는 건 아니다.


경찰 신고 총 5건. 합의금 받은 거 없다. 다행이다. 합의금 안 받아도 좋으니 이런 사람들 안 만났으면. 참 다행인 건 절도 1,000명 중 1명, 고의적 실수 500명당 1명이라는 거. 나머지 절대 다수의 고객은 선량하기에 무인 매장이 가능한 거다.


축복 받은 나라

축복 터진 무인 매장


고객에게 축복을 돌려 드려야 한다.


저렴한 가격

풍부한 구색

깔끔한 매장

즐거운 쇼핑


무엇보다도 안전한 매장. 도둑이 들끓지 않는.



공갈죄 주의



돈 안 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겁 주면 공갈죄. 돈을 받지 않아도 미수범. 말하는 순간 성립되는 범죄니 요주의.


경찰 신고 전이라면 절도한 상품대금만 받는 게 좋다. 신고 후면 범인이 합의보자 하면 그때 금액을 말하면 된다. 합의서가 있으면 판결에 감안.


피해 보상은 정당하다. 금액은 정하기 나름. 무인 매장에서 절도는 반복하며 대범해지고 확산하므로 직접 피해, 정신적 피해에 예방 효과까지 감안할 필요. 주든지 말든지 절도범 마음대로.

요구하는대로 다 주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직접 빨리 잡겠다고 매장에 사진 붙여놓고 도난 내용 적거나 자수해라 등 망신 주면 명예훼손죄. 돈은 빼고 겁 주면 협박죄, 욕하면 모욕죄, 터치라도 하면 폭행죄, 특히 여자라면 까딱하면 성범죄. 500원 아이스크림 범인 잡으려다 크게 되치기 당할 수 있다. 대개 잘못했다,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한다. 하지만 역으로 꼬투리 잡거나 상황을 만들어서 역고소 하는 자가 있다. 실제면 형사 처분, 아니라도 억울함을 입증하느라 애먹는다. 500원 절도가 문제 아니다. 사건이 커지고 이걸 노리는 자가 있다.


합의 봐줄 의향 있다면 필요한 말만 해야. 전화로 끝내는 게 좋다. 만난다면 가능한 CCTV 카메라가 지켜보는 장소에서. 꼬투리 만들 만한 상황을 피하자는 거.



2. 경찰 신고서



경찰 신고는 전과로 기록되기에 신중하다. 10세~14세 촉법소년은 15세 이후에 소도둑 될 우려가 큰 아이만 선별해 신고한다. 아직은 전과가 안 남고 바늘 도둑 습관을 고쳐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전문가에 의하면 촉법소년 중 8%만 성인 범죄자 된다고. 어릴 때 범죄 행위 다시는 안 하도록 매우 적극 조치하면 효과 크다고.


개인정보 보호로 신고서 공개 안 한다.



♤ 신고서 작성 요령



6하 원칙으로 쓰면 일목요연.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순서.


신고인ㅡ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언제 ㅡ계산을 하되 수량 누락이라면 영수증에 년월일시분경. 계산을 안 하고 들고 나간 경우라면 상품을 들고 나가는 순간의 년월일시분경.


어디서ㅡ상호와 주소


누가ㅡ간단한 인상착의


무엇을ㅡ가능한 도난 물품과 금액을 특정해야. 어려우면 추정.


어떻게ㅡ절도한 방법


왜ㅡ절도 이유야 뻔하니 생략



♤ 팁



1. 고소와 신고


정확한 용어는 고소. 허나 쇼핑 분위기 흐리면 안 되기에 신고라는 말로 순화.


2. 게시물의 배치 공간


부정 : 도난 목록표 최대한 작게. 극소수 때문에 쇼핑 분위기 망치면 안 되니까. 분홍 색지 두 장.


긍정 : 칭찬합시다는 늘린다. 절대 다수 선량한 고객 응원하는 거. 노랑 색지 여럿.


벼룩 몇 때문에  초가삼간 태울 일 없다.




* 도난 목록표





* 게시물 배치 공간


분홍 부정. 노랑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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