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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Sep 03. 2022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1. 퇴근 후 청소일 합니다

20년 차 사무직 회사원은 부업으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지구에 위치가 닥치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 멋지게 변신하는 주인공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변신한 주인공은 악당과 고군분투 끝에 승리를 쟁취하고 결국 지구를 지킨 후 아무도 모르게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TV 화면을 통해 비친 화려한 변신 장면이 어릴 적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해서든 정의가 승리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였으면 하는 메시지와 함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멋지고 스펙터클한 순간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꿈꾸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만화영화의 주인공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수천만 직장인 중 한 명이 되었지만, 끝내 만화 주인공처럼 위기의 순간에 스펙터클한 변신을 보여주는 삶을 쟁취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꽤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삶은 스펙터클하지 않습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퇴근하면 내일을 걱정하는 그런 삶의 연속이죠.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긴 하지만 그때마다 '너의 눈을 똘망똘망 쳐다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텨라'라는 지상 최대의 미션을 다시 한번 되새길 뿐입니다. 미리 사회에 나와 창업을 하고 자리 잡은 선배들은 말합니다. '드라마에서 한 말이 거짓말 같아? 사회는 악몽이야. 직장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모를 거야!'라며 울컥하는 저를 진정시키곤 합니다. 이게 과연 진정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여유는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청소를 부업으로 삼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올해 이직을 하며 연봉을 꽤 높인 덕분에 충분히 먹고살만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중소기업 그것도 대행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높은 연봉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연히,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다 모두 퇴근하고 빈 공장을 밤에 방문에 청소하는 일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사무직으로 오랜 기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몸을 쓰는 게 자신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름 사무직인데 청소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하긴 쉽지만 이를 나에게 적용해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결국, 청소일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업무 종료시간인 6시 반 - 을 물론 칼 같이 지키지는 못합니다 - 에서 7시 반 사이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한 순간, 저는 청소부로 변신을 합니다. 마치 악당을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지키기 위해 변신하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겠습니다. 그냥 청소부니까요. 그렇게 낮에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사무직으로, 밤에는 빗자루와 밀대를 들고 공장 이곳저곳을 오가며 청소하는 청소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일의 반복인지라 특별히 글로 남길 것이 있겠냐 싶지만, 가끔 청소를 하며 느낀 점, 저의 고민들을 한 번 남겨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는 꽤 재밌습니다.


**

사실 브런치에 이것저것 시리즈 콘텐츠를 해보려고 시도는 했는데 능력이 안되서인지 몇 번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적어 보는 것. 회사일도, 청소일도 적어보는 시리즈를 꾸준히 유지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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