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초 Jan 21. 2021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Part 2-1 

철저한 학력주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있다가 갑자기 새로운 언어문화 기후의 환경에 내 던져졌을 때 본인의 능력을 백 프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본인의 기타 능력이 있지만 언어의 어려움으로 능력 발휘를 할 기회가 없고 최대 능력치를 사용할 자리도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다양한 전형을 거쳐서 뽑혀 현장으로 파견되는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국제구호단체에 속해서 현장 경험을 쌓고 견문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국제구호단체는 인재를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다. 자원봉사자는 1년간 현장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과연 이 분야의 일이 본인과 맞는지 알아볼 수 있다. 


물론 국제구호분야에 취업에 뜻을 두지 않고 단순히  외국 경험을 위해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영어권 사용국이 아니라 현지 언어는 업무에 필수이다. 하지만 현장에 직원으로 파견된 나 조차도 처음 현장에 도착해서 바로 스페인어를 습득해야 했으니 자원봉사자들 중에서도 언어를 이미 습득한 상태에서 파견되기는 굉장히 드물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어 습득 및 문화 적응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안타깝게도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각 분야에서 전문 경력이 있는 자원봉사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다. 본인 분야의 전공과목이 있어도 그 분야에 전문가라기보다는 배우는 학생이라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기관의 입장에서도 이 봉사자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 프로젝트에를  찾아 주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헤드오피스에서 직원들의 문서작업을 돕거나 혹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림과는 다르게 사무실 인턴의 형태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 사업장의 숙소나 지역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자원봉사자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 제공부터, 교통편 마련 문제 및 위생 문제까지 여러 부분을 고려하면 지방에서 장기간 머물기는 굉장히 어려운 실정이다.  


자연재해부터 교통사고 강도 사건  등등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서 늘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를 신경 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받는 이유는 젊은 대학생들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치가 미래에 어떤 가치로 빛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향후 국제구호 단체에 훌륭한 인재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고 동시에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통한 새로운기회를 잡는 긍정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만났던 꽤 많은 단기 장기 봉사자들이 봉사프로그램 기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 간 후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는지 살펴보면,  절반은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회사에서 일을 한다. 자원봉사자의 현장 경험으로 지속적으로 해외 취업의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절반은 본인의 전문 분야에 돌아가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경우이다.  


직접 한 경험은 책으로 읽고 영상으로 접한 것보다 몇 배 이상의 강력한 효과가 있다. 나는 낯선 상황에 내 던져졌을 진짜 나의 모습을 깨닫게 되고 한계와 가능성을 가늠하게 된다. 이러한 나를 깨닫는 경험은 주위의 조언이나 글로 깨닫는 효과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이 봉사기간 동안 1년을 버틸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1년을 마음먹고 왔다가 중간에 이 경험이 나의 진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으로 중간에 귀국하는 친구들도 있다. 혹은 해외 봉사자의 삶이 좋아서 더 기간을 연장하거나 다른 기관의 봉사자로 자원해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1년의 자원봉사 기간을 채우든 기간을 못 채우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든  현장에서의 경험은 향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만났던 봉사자들 중에서 현장에서 자원봉사로 일을 하다가 현장 직원으로 채용이 되어서 그 경험으로 다른 나라 프로젝트로 파견을 나가는 기회를 얻은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친구는 한국으로 잠시 돌아가서 다른 경험을 쌓다가 대사관 연구원으로 취직이 되어서 다시 제3 국으로 파견을 가는 경우도 있다. 봉사활동이 스펙으로 적용이 되었다기보다는 불편하고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하면서 스스로 그 삶을 즐길 수 있는지 해외에 나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접하게 된다. 


 내가  현지 직원들과 주민들과 만나고 부딪히면서 프로젝트 보조로 일을 하든 리드로 일을 하든 본인이 체득한 경험들은 어느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 나는 감히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든 결정을 했으면 재빨리 시행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작은 실패들을 반복하면서 실패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분명 실패를 통한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대에 진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30대에도 40대에도 고민을 하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직장을 얻어서 일하고 중간관리자가 되는 30대도 많은 것이 안전되어 있고 만족할 만한 삶을 사는 40대도 끊임없이 다른 고민을 한다. 


고민을 하는 것보다 일단 시도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해외에서 1년간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바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알아보고 찾아서 알아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고 계획 1 계획 2 계획 3의 경우를 따져  돌려본 시뮬레이션들은 어쩌면 실제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봉사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이 생각들은 머릿속에 갇혀 있다가 나중에는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인 죽기 전에 가장 후회되는 5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 중 첫 번째 후회는 아래와 같다.

난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고 따라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대신 내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그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았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사느라 감히 내 꿈을 펼쳐보지 못한 젊은이들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삶.  나도 이런 꿈을 꿨었는데.. 라고 아쉬워 말고 지금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발견하고 한걸음 떼는 것은 어떨까? 당연한 진리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빈곤 포르노그라피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