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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Feb 07. 2022

3부-현실과 타협한 부자/버티는 즐거움-1

버티는 즐거움-1

연 수익률 8.5%


내가 부자가 되는 수익률이다. 더군다나 배당을 주는 종목들은 수익률조차 의미가 없다. 배당이 삭감 또는 감소 되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주가가 하락하면 마음은 좀 쓰라리겠지만 내가 부자가 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미국 지수 추종 ETF 만 넣어도 실현 가능한 수익률 8.5%

멀고 먼 길을 돌아 결정된 이 실현 가능한 수익률은 나에게 '버티는 즐거움'을 주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주식 수익률에 대해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화 도중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수적으로 30% 정도 연 수익률이면 생활비 정도는 벌겠네"

그러자 다른 한 지인이 이렇게 맞받아 쳤다. 

"선물보다는 못하지만, 코인보다는 못하지만 실현 가능하겠네요"

나는 단순히 맞받아쳤다

"보수적인 게 그 정도면 워런 버핏보다 뛰어난데요"


나도 한때는 연 수익률 30프로 정도는 우습게 생각했었다.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도 30프로를 벌어본 적이 많으니 연 수익률로 따졌을 때 그 정도는 쉬울 것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1년 평균으로 30% 이상 벌어본 적은 내가 주식투자를 한 이후로 한 번도 없었다. -30%가 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 


나의 투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부자 계획이 세워진 이후로 나의 계좌의 매도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웬만해서는 팔지 않는다. 연 수익률 8.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잦은 매매는 필요 없다. 대부분의 돈을 미국 시장에 넣어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무 심심한 투자이지만 부자가 된 이후로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감내할만하다. 이 심심한 투자는 하락장에서 버티는 힘을 준다. 어차피 기다리면 시장은 회복되고 나에게 연평균 수익률 8.5%를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고심하면서 매도할 필요가 없다. 


해외선물에 투자하던 시절, 마이너스가 2천만 원을 넘어가는 시점에 나는 잠도 못 자고 새벽까지 시뻘건 눈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회사를 출근해서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지냈다. 그 이후 코로나로 인한 대폭락 때에도, 2021년의 조정에도, 그리고 2022년 1월 현재의 큰 조정에도 모두 해외선물의 마이너스 금액을 넘어서는 손실금액을 겪어왔다. 그렇지만 내가 주식 때문에 잠을 못 이룬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잠을 못 이루기는커녕, 가용한 모든 현금을 끌어당겨 들어갈 생각을 하니 짜릿함 같은 기분도 느껴졌다. 조정장이 오면 나는 우선 돈 구할 곳을 찾는다. 이미 코로나로 폭락했던 시절 카카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여 가용한 대출을 Max로 받았고 불필요한 보험 등은 모두 정리를 했지만 그래도 쥐어짜면 나올만한 돈 구할 곳을 찾는다. 모아둔 현금이 없는지 다른 통장에서 놀고 있는 돈은 없는지, 추가로 대출이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는지 등등 싸진 주식을 매수할 기쁨에 짜릿한 감정이 들면서 돈 구하기에 나선다. 


사실 2021년의 조정은 어떻게 넘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2021년에 돈 구하기를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나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조정은 없었던 것 같다. 2022년 1월 현재의 조정은 제법 큰 하락률을 보이지만 사실 너무나 짜릿하다. 2022년이 시작되면서 한국 주식시작엔 많은 악재가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신라젠 상장폐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고 한국 주식시장에 실망감을 가져오는 사건들로 인해 한국 주식비중을 줄이고 미국 주식을 높이려는 계획으로 한국 주식을 일부 분할 매도하기 시작했다. 매도할 때 이미 한국시장/미국 시장 모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떨어지는 시장을 보면서 싼 가격에 미국 시장 주식/ETF를 매수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 흥분이 되었다. 더군다나 카카오 마이너스 통장에 가용한 금액을 모두 채워 대출을 하고 있었지만 토스에서 추가로 대출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다. 마음이 든든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식들은 하염없이 손실이 커지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하락폭이 커졌을 때 가지고 있던 현금은 모두 미국 주식과 ETF를 매수하였고 이제 또 즐거운 버티기 모드에 진입하였다.


내 아이디조차 '버티는 즐거움'라고 정한 것처럼 나는 하락장에서의 버티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 손실금액이 너무 커지면 잠시 계좌를 보지 않고 엑셀을 띄워 나의 부자 계획을 보고 있으면 된다. 그러다 언젠가 또 시장이 회복하면 주식계좌를 보면서 늘어난 자산을 맘껏 즐기면 된다. 


나는 버티는 것이 즐겁다. 

전에는 잘 몰랐었다. 내가 그렇게나 투자에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었는지를. 


미래에 언젠가 대폭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주 큰 소나기는 조금이라도 덜 맞고 싶기에 가끔씩 참고하는 경제지표가 있다. 그 지표들을 참고하는 것만으로 아마도 아주 큰 소나기에 작은 우산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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