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글씨를 쓰고자 한다면, 쓴 글을 퇴고하듯이, 글씨도 퇴고해야 한다. 자신의 글을 여러 번 읽고 고쳐 다듬는 것이 '글의 퇴고'라면, 자신이 쓴 글씨를 면밀히 살피고 교정하는 것은 '글씨의 퇴고'이다.
글씨 퇴고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어제의 글씨와 오늘의 글씨를 비교한다.
나아진 것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실망해선 안된다. 절대로 단박에 좋아지는 일이 아니다. 손발톱이 자라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결국 자라 있다. 꾸준히 하면, 발전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좋아진다. 자신을 믿자. 조급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어제의 나를 거울삼아 오늘을 살피자.
두 번째, 기본으로 돌아간다.
글씨의 기본은 선 긋기다. 선이 바르면 고른 획을 쓸 수 있다. 일정한 획은 글씨를 돋보이게 한다. 결국 글씨는 선이다. 선을 똑바로 그을 수 없다고 낙담하지 마라. 1센티도 안 되는 선 따위에 굴복할 수 없다. 펜을 돌려 잡아 보자. 노트를 기울여 보자. 손목을 세워 보자. 팔을 벌려 보자. 고장 난 몸 때문이라면 다행이다. 금방 고친다.
선 긋기 연습 방법은 다양하다. 자를 대고 그어 직선의 감각을 익힌다. 노트의 줄 위에 겹쳐 긋는다. 그 줄과 나란히 그어 본다. 한참을 띄어 평행선 긋기에 도전한다. 설거지도 계속하면 늘고 요령이 생긴다. 글씨는 더 수월하다. 선 긋기도 반복하면 늘고 요령이 생긴다. 설거지보다 덜 했을 뿐이다.
세 번째, 닮고자 하는 글씨와 비교한다.
똑같이 잘 따라 썼는가를 살피는 게 아니다. 누가 누가 잘 베꼈나를 겨루는 게 아니다. 개성 있는 글씨가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수의 비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어떻게 획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가? 자음을 위치에 따라 어떻게 변화를 주는가? 자모음의 간격을 얼마나 유지하는가? 어디서 시작하여 크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가? 획과 획을 어떻게 잇고 연결하는가? 살 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물어서라도 비기를 알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