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독서도 필요하고 사유도 필요하고 역지사지의 마음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읽는 사람을 책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감동은 입체가 만들어낸 공간에서 생긴다. 일직선의 사실에는 우리의 감정이 머물 공간이 없다.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보려는 의지는 인문학적인 상상력에서 나온다.
눈, 코, 입은 다 있으나 생김새는 다르다. 각 위치와 크기에 따라 인상이 변한다. 개성 가득한 얼굴은 뚜렷함보다는 조화가 도드라진다. 사나운 눈매를 가지고 있어도 가냘픈 입술이 매력 있는 인상을 만든다. 뭉툭한 코라도 두툼한 입술이 받쳐주면 친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토끼 같은 눈,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을 모두 가지고 있더라도 평범한 경우도 많다. 개별의 모양보다는 균형 잘 잡힌 조화가 매력을 뿜어낸다.
글씨도 비슷하다.
문서 프로그램의 폰트를 떠올려 보자. 읽기에는 익숙하나 개성이 없다. 사람이 똑같이 흉내 낸다면, 감탄할 수는 있지만 매력적인 글씨라고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획을 반듯반듯하게 쓰더라도 모방에서 그친다면 눈길을 끌지 못한다.
자신만의 글씨를 찾자.
글씨에는 정답이 없다. 글씨의 목적을 염두에 두면 잘 읽을 수 있는 글씨가 최우선이지만, 거기에 멈추지 말자. 나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글씨를 쓰자. 글씨로 자신을 표현해 보자.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씨는 누구나 찾을 수 있다.
그래도,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
태권도 품세의 시작은 태극 1 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50km의 강속구는 튼튼한 하체와 유연성에서 나온다. 손흥민의 멋진 골은 기초 체력에서 오는 달리기 덕분이다. 응용은 탄탄한 기초 위에만 세워지는 변형의 기술을 꼭 명심하자.
개성 넘치는 글씨를 위해서도 기본이 우선이다. 획을 제대로 그을 수 있어야 한다. 마음 가는 데로 손이 움직여야 한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특징과 알맞은 배치를 익혀야 한다. 자주 써야 한다.
반복과 연습으로 기초 공사를 탄탄히 한 후에 재주를 부리자. 내 눈에 먼저 와닿아야 한다. 내 손이 아프지 않은 글씨가 우선이다. 편안한 자세에서 나오는 글씨라야 한다.
획의 시작과 끝에 꺾임과 삐침을 가미하고 각도를 바꾸어 본다. 자음과 모음의 간격을 변경하고 연결고리에 변화를 준다. 획의 굵기와 속도도 여러 가지 변수를 적용한다. 직선을 곡선으로 곡선을 직선으로 교체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