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인물들의 숫자만큼 인생을 간접 경험한 것이다. 그러니 타인과 교감하는 능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즐겁고 유쾌한 대화를 이끌어간다. 소설 읽는 재미만 알아도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다. 계속 새 소설이 나오고 새 인물을 만나고 나는 거기서 그들과 공명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매일 쓰는 필사라도 조금의 변화에 따라 어제와는 온전히 다른 필사가 될 수 있다. 그 변화는 스스로 만들 수도 있고, 내 속의 그 무언가에 따라 생기기도 한다.
필사 전 손을 잠깐이라도 풀면 글씨가 확 달라진다. 한 줄의 선 긋기 연습만 해도 획이 훨씬 수월하다. 내 이름 석 자만 빈 노트에 써도 필사 글씨의 진행은 순조롭다. 수영 전의 발차기, 야구의 캐치볼, 탁구의 랠리 연습이 같은 맥락이다. 마중물 1분으로 15분의 필사가 풍부하다.
필사는 템포가 중요하다. 템포에는 손동작이 5할을 넘게 차지하지만, 호흡도 비슷하다. 속도 변화 없는 일정한 템포의 필사를 목표로 한다. 책 속 문장의 리듬과 전개에 맞춰 속도가 변하기 마련인데, 이 또한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어떠한 외부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페이스를 유지해 본다. 가슴 한구석에 메트로놈을 설치하여 '똑, 딱, 똑, 딱.' 늘 같은 박자를 생각한다. 글씨에 도움 되는 필사, 일상생활로의 확장을 위한 필사는 템포 유지가 첫 번째 항목이다. 악필은 빠른 글씨에서, 후회는 성급한 결정에서 비롯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날 글씨의 크기를 정하고 빈 노트 위에 상상으로 써본다. 그 크기에 어울리는 이상적이 펜을 선택하고 필사에 임한다. 경우의 수와 같이 매일 하나씩 바꾸며 날마다 새로운 글씨를 쓴다. 다양한 변화는 적응력을 키운다. 다채로운 글씨를 위해서라도, 심심하지 않은 필사를 위해서라도 크기와 펜의 변화를 꼭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