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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베짱이 Jul 27. 2021

아이에게서 나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8개월 아기가 나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눈으로 인사했을 때

요즘 부쩍 정신적으로 인지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하고있는 것 같은 우리 아가. 내가 내 아기를 가지기 전 전혀 아기들에 대해 관심이 없을 때는 10 몇 개월의 아기는 아직도 겨우 걷고 엄마가 주는 이유식을 겨우 받아먹으면서 생글 생글 웃고 버둥버둥 거리며 예쁘고 작지만 아직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일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기를 직접 키우며 깨닫게 된 건, 눈에 촛점이 들어가고 많은 것을 듣고 느끼고 시작하면서 아기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투명한 마음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스펀지처럼 보고 듣는 것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요즘은 듣고 보는 족족 따라 하려고 하니 그것도 한 번 보고는 바로!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에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가 혼이 나는지, 자기가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는지, 모든 것을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리고 좀 무섭기도 하고. 참 여러가지 감정이 생기는 요즈음이다. 


이제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조작능력이 아주 발달해서 숟가락 포크는 아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아기상어 춤이야 쉽게 하며 심심하면 반짝반짝 작은별을 불러가며 율동을 같이 한다. 이렇게 재롱을 떠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한 번도 보지못한 가슴 뭉클한 행동을 보여줬다.  


공원 갔다가 집에가는 차 안에서 내가 우리 아가에게 말했다. "더운데도 노는데 너무 재미있었지? 엄마가 집에 가자고 할 때 안 간다고 하다가 한 번만 더 타고 가자 라고 했을 때 진짜 한 번만 더 타고는 집에 씩씩하게 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 더운데 에어콘 있는 차에 오니까 너무 좋다, 그치?" 하면서 땀에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줬다. 그랬더니 갑자기 정말 처음으로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잔머리 몇 가닥을 그 작고 통통한 손으로 넘겨주는 것이 아닌가? 와 진짜 뭔가 뭉클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가끔 우리 아기는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 지를 알고있을 까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지금 이 순간 뭔가 '엄마, 엄마도 수고 했어. 정말 재미있었고 나도 엄마를 사랑해.'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리카락을 넘겨주고는 생긋 웃으며 내 손을 잡고는 자기 가슴에 품고 흔들면서 "아 닿다~ (좋다)" 라고 했다. 와 진짜 이 기분은 어떻게 말로 설명을 하기가 힘든 행복감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아이에게 고생하며 '해 주는' 것에 대해 항상 집중을 해 왔는데, 바로 이 순간 내가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존재가 가져다 주는 행복,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웃음, 기분 좋은 바쁨. 나도 '받은 것'이 이렇게나 많았네? 뭐 기브앤 테이크를 내 아기와 한다는 것도 웃긴데 사실, 모든 인간 관계에서 그렇듯이 내가 해준 것에 더 촛점이 맞춰졌던 건 아기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 예쁜 아가 더더욱 옆에 있어도 보고싶네. :) 


7/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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