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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베짱이 Jul 21. 2020

그냥 자연스럽게 하나씩 이루어 가는 니가 자랑스럽다.

그냥 믿고 기다려주는 힘

우리 뿌뿌가 지금 옆에서 놀다가 혼자 잠에 들어서 쌔근쌔근 자고있다. 아기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들 흥분할 그 순간이다. '아기혼자 잠 자기!' 


집에 아기를 데려오고 나서 부터 매일매일 긴장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밤! 잠이 (4시간 이상의 연속된 잠을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생활의 일 부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밤이 되면 오늘은 또 얼마나 아이를 재워야 나도 등을 침대에 붙이고 잘 수 있으려나. 오늘은 제발 침대에 내려놓았을 때 깨지말길. 수만번의 혼자만의 주문를 하고 아이를 재운다. 완전 신생아 일 때엔 큰 짐볼을 이용해서 아기를 안고 30분에서 한시간 이상을 같이 둥가 둥가 한다음 옆에 있는 흔들의자로 가서 깨지 않도록 계속 내 품에서 잠을 재운다. 이젠 더이상 깨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침대에 아기를 내려놓고 나도 소리 나지 않게 살금살금 내 자리에 눕는다. 하지만 내가 눕자마자 '꼬물 꼬물, 끙끙, 엑 엑'하는 아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바로 '흑 흑 흐흑 엥 에에엥' 하는 울음으로 이어진다. 그러고 나면 드는 수만가지 생각들: '으악, 역시 내가 너무 빨리 내려 놓았어. 아니다, 내가 내려 놓을 때 팔이 너무 흔들거렸나? 아니면 내가 내려놓고 내 침대로 올 때 바닥이 너무 삐걱 거렸나?' 뭐 이유야 어쨌든 결론은 다시 '출발점으로 간다'이다. (너무 지쳤을 땐 그냥 울게 좀 놔두면 다시 잘까? 나도 잠 좀 자자.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 큰 울음 소리를 당해 낼 사람은 없다.) 다시 짐볼 위에 앉고 아기를 쉬쉬 소리 내면서 진정 시키고 다시 잠을 자도록 한다. 운이 좋으면 이번엔 조금 짧게 걸릴 수도 있다. 이미 깊게 잠 자고 있었으니까. 아기가 잠에 들면 조용히 다시 흔들의자에 앉아서 신생아 수면 교육, 신생아 잠 재우기 등등의 자료를 또 찾아보며 깊이 잠에 들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많은 밤을 보내고 언제 이 고생이 끝날까 하는 그날 밤, 이상하게 아기는 밤 중에 깨지를 않는다.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들어 눈을 비비며 폰을 보니 시간이 4시 반이다. 우와, 아기가 잠을 연속으로 4시간이상을 잤다! 이런 날이 몇 번 있고 아기가 점점 자는 시간이 길어지는 자랑스러운 순간들이 이어진다. 물론 중간 중간에 아닌 날도 섞여있지만 확실히 처음 몇 주 보단 나아진 걸 느낄 수 있다. 야호!! 그러고 나니 또 한편으론 매일 같이 밤에 사투를 벌이며 보던 아가 얼굴이 약간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잠깐만 그립지 잠이 더 좋은건 어쩔 수 없다. :) 잘 자고 아침에 웃는 그 얼굴을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긴 잠을 자게 되고. (통잠이라고 하더라, 육아 블로그에서 배웠다 영어로는 sleep through the night, STTN 이라고 엄마들이 부르던데.) 이제 리아는 2개월이 지나면서 부터 7-8시간 정도를 내리 자고 지금 3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선 10시간 정도를 자고 있다. 우후후. 사실 밤엔 아직도 수유를 하고 잠을 자도록 많이 도와줘야 긴잠에 들어간다. 짐볼을 이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잠을 자지는 못 하는 가보다. 하지만 낮에는 하품을 하거나 피곤한 모습이 보일 때 침대에 놓거나 바운서에 놓으면 잠깐 불평하는 소리를 (진짜 귀엽다. 뭐라고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아진다.) 하다가 혼자 잠에 든다. 주위가 아주 조용하면 30분이상 자는 것 같다. 그래서 낮잠은 이제 아무 문제없이 혼자 잘 자고 일어나서 놀고 한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혼자 잠을 잔다니. 그리곤 또 혼자 일어나서 울지도 않고 웃으며 혼자 놀고 있다.


손을 만지작 만지작 혼자 잘 놀고 있는 뿌뿌

어디 학원을 간 것도 아니고 내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혼자 해 보이는 아기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시간이 갈 수록 여러가지를 해 보이는 니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대단한지! 그 웃음과 귀여운 목소리는 정말....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고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을 결혼 후에도 별로 한 적이 없는 나로써는, 지금 이 모든 행복과 넘치는 사랑이 감사하고 신기할 뿐. 세상 모든 것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욱 가지게 되는 요즘이다. :)


2020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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