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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May 22. 2023

느낌이 쎄했던 인수인계

 경력직이지만 신입 무기 계약직입니다 (2)

어떻게 보면 정말 소박했던 나만의 재취업의 조건을 만족시킨 B사에 입사하게 되어 나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눈 깜빡할 사이에 회사에 갈 수 있다니 (너무나도 내 기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40분만 가면 직장에 도착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니 출퇴근 시간이 짧아져 내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나는 아침 일찍 나가서 출근 한 시간 전에 회사 근처에 도착하면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거나 외국어 공부를 했다. 뿐만 아니라 퇴근을 하고 운동도 시작했더니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며 삶의 질이 올라갔다.


다음으로는 첫 직장보다 월급이 올라서 대학생 때 빌렸던 학자금 대출을 착실하게 모두 상환할 수 있었고, 비용이 부담돼서 미루고 미뤘던 치과 치료를 B사를 다니면서 모두 받을 수 있었다. 


금전적으로는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B사는 온라인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홍보 대행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바라던 대로 본사 담당자 위치가 되었고, 홍보 담당자로써 일정 부분을 외주로 돌리니 내가 처리할 업무 강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회사를 다니면서 화장실 가고 싶을 때 편하게 갔고, 화장실 청소는 커녕 자리 청소도 대행업체에서 모두 해줬기 때문에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하는 잡무가 거의 0에 가까워졌다. 


이 모든 게 나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꿈은 꿈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인수인계를 받는 기간에 나는 정말 쎄한 기분이었다.


입사 후 인수인계 기간은 2주였고, 2주 내내 전임자와 같은 컴퓨터를 사용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전임자는 나만 보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난감했다. 


너무 좋은 사람 같아 보이는데... 미안해요... 어떻게 해...

전임자는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입사한 지는 2년이 되었고, 이직을 한다며 퇴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자꾸만 나만 보면 말끝마다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는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으니 깊은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나는 어느 정도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부러 뭘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전임자는 전임자고 나는 나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말이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경험하기도 전에 회사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들어 선입견이 생기면 나에게 좋을 게 없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틈만 나면 나에게 회사에 대한 여러 가지 주의점에 대해 언질을 하고 싶은지 전임자는 나에게 쎄한 느낌을 뿜었고 나는 그런 전임자를 피하기 급급했다. 


막 입사를 한 나는 그때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그러니 전임자에게 감사한 마음보다는 부정적인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인수인계가 끝날 무렵에는 전임자에게 "꼭 이 회사를 다녀야 해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요."라는 말까지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이 회사는 내가 다닐 만큼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의도의 말이었다.


사실 미리 전임자에게 회사가 어떤 곳이라고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그만둔다거나 대책을 세우거나 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성공적으로 재취업을 한 상태에서 희망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인수인계 내내 기분이 쎄했지만,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 자체는 스무스하게 끝났다. 


내가 앞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는 홍보팀 과장의 부하 직원 포지션으로 과장을 서포트하는 일이 메인이었다. 대외적인 홍보는 대행사를 쓰고 있어서 매달 정해진 플랜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었다. 


사내 큰 행사가 일 년에 두 번 정도 있는데 사내 행사 진행을 진행하는 것과 고객 이벤트 관리, 홈페이지 관리 등도 업무에 포함되어 있었다.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할 때랑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 처음처럼 의욕이 넘치고 설레는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이 직장이라면 내가 무난하게 잘 다닐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이라는 게 모두가 알 듯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것은 돌이켜보면 전임자가 겪었던 일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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