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 힐링에세이_하이든 “고별교향곡“ 4악장
재치꾼 파파 하이든이 유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1766년부터 하이든은 니콜라우스 에스트라하지 공이 이끄는 에스트라하지 가문에서 악장(Kapellmeister)으로 활동하며, 16-22명의 뛰어난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하이든은 비엔나의 궁정 악장보다 높은 월급을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당시 콘서트는 지금보다 훨씬 길게 진행되었으며, 일주일에 두 번씩 열렸다. 정기 연주회 외에도 황제 마리아 테레사와 같은 저명인사들의 방문으로 특별한 연주회를 준비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연주자들 역시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렸다. 연주자들의 불만은 1772년에 도입된 새로운 엄격한 규정으로 인해 폭발했다. 고위직을 제외한 연주자들은 가족 방문과 숙소 지원을 받지 못했고, 가족과 함께 지낼 방을 구하려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가족들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연주자들은 파파 하이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하이든은 한 곡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이를 들은 니콜라우스 공은 곡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다음 날부터 연주자들의 외출을 허락했다. 하이든은 어떤 방식으로 이 곡을 통해 문제를 유쾌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공연에서는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면,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함께 일어나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러나 하이든은 이 정해진 형식을 과감히 깨뜨렸다. 마치 한때 유행했고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라는 이누야샤 퇴사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https://youtu.be/FCAisqyB0fM?si=lWOwhi0n0ylxZDBv
마지막 악장에서, 연주자들은 하나둘씩 악기를 들고 무대를 이탈한다. 마치 ’내 할 일을 다 했으니 이제 가겠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와인을 꺼내 행운을 빈다는 듯 지휘자에게 손인사를 하며 작별을 고한다. 어떤 연주자는 까치발로 재빨리 무대 뒤로 사라지기도 한다. 지휘자인 바렌보임은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연주자가 나갈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남은 연주자들의 수를 세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만은 떠나지 않겠지?‘ 라는 듯 남아 있는 단원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연주자들이 떠나고, 지휘자는 홀로 허공에 지휘봉을 휘두르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니콜라우스 공은 이 공연을 본 후, 연주자들이 원하던 외출과 휴가를 허락했다. 마지막 악장에서 연주자들이 한 명씩 이탈하는 이 교향곡은 고별 교향곡 (Abschieds-Symphonie | Farewell Symphony)으로 불리게 되었다. 재치 넘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파파 하이든의 명민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글을 발행할 때, 나는 제목을 두고 동생에게 조언을 구했다. “재미있는 것들이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고 재미없지 않아? 무슨 제목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동생은 한참 고민하더니 “재미진”이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 표현이 문법적으로 틀렸으니 “재미있는”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했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아니야! ‘재미있는’은 재미없어! ‘재미진’이 더 재밌어!”라고 말했다.
그날 밤, 우리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동생은 다시 한번 나에게 확인했다. “글 제목 ‘재미진’이라고 했지?” 내가 맞다고 하자, 동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잠들 준비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언니! 재밌는 이야기 해줘!”라고 외쳤고, 그 순간 나는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졌다. 동생은 내가 왜 그렇게 웃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지만,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연결되는 기분이었다.
하이든이 지루하고 힘든 상황을 유쾌하게 반전시키며 연주자들에게 일종의 ‘휴가’를 선사했듯이, 내 동생의 재미 추구 성향은 나에게도 즐거움의 가치를 매번 일깨워준다. 동생은 아마 모를 것이다. 동생이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계속해서 나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하는 것이 바로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귀여운 동생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장난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내 일상을 얼마나 환하게 밝혀주는지. 동생의 가르침 덕분에 나는 조금씩 더 많은 ‘재미진’ 순간을 일상에서 찾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재미있는’이 아닌, 바로 ‘재미진’이어야 한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진’ 순간들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사소한 장난과 웃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