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에 부치는 편지
안녕, 오늘의 아침아
새 해를 데려오느라 수고했어
난 네가 새로운 뜨거움을 달구는 동안
긴 밤을 넘으며 '다시'라는 말을 꺼낼
용기를 준비했단다
매번 한 해가 바뀔 때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나를 용서해 주련?
보기 좋은 말로 내 방을 꾸미는 대신
난 그저 네가 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걸
택했단다
난 그동안 밤을 지나온 아침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기대하며 살았어
하지만 이제 그 아침이 오면 난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내 두 손을 내려다본단다
사람의 손이란 참 비어있는 것 같은데
불끈 쥐어보면 또 다르거든
그래서 난 아직은 더 많이 쥐어보려 해
그리고 끝까지 가장 쥐어보려는 것은
아무래도 내 이름 석 자인 듯해
내 이름이 손틈 새로 흘러내리는 것만은
볼 자신이 없거든
내 방을 둘러보면 별로 볼 것도 없어
멋들어진 옷, 가방 대신 지난밤의 잔해만
먼지처럼 구를 뿐
하지만 그중에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가장 손때 묻은 내 노트야
손이 간다는 건 맘이 간다는 것이지
그래서 난 해진 노트의 끝을 잡고
새 해에도 펴보려 해
나조차도 수 십 년 살면서 많이 해졌을까
어쩌면 늘어난 옷과 난 같을지도 몰라
이 방에 있는 것 중 새로운 건 너뿐이구나
내 방에 볕 들 날을 선사해 줘 고맙다
올해도,
살아볼게
Happy January 1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