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그대는 내게 바다인가 물거품이 되었는가
숨이 끊어져 가는 사랑 앞에
그대가 있고 내가 있다
굽이치는 파도 앞에
곧 휩쓸려 사라질 사랑을 두고
어찌 그대는 파도보다
더 차갑게 서 있는가
바다는 바람을 데려오고
두 사람은 끝을 기다리고 있다
고요할 수 없는 최후에도
그대의 얼굴엔 고요함만이
파도는 강하게 밀려오고
두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한다
고요할 수 없는 파도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한 사람뿐
한 사람은 사랑의 끝을 부여잡고
한 사람은 사랑의 흔적을 지운다
바다는 이별을 데려오고
두 사람은 파도를 맞으며 사라진다
깨끗할 수 없는 이별을
파도가 깨끗이 씻겨준다
파도가 강하게 굽이치고
두 사람은 파도 속의 물거품이 된다
만난 적이 없던 것처럼,
사랑한 적이 없던 것처럼
한 사람은 물거품에 눈물을 흘리고
한 사람은 물거품에 미소를 흘린다
고요할 수 없는 파도 속에서
눈물을 흘린 건
한 사람뿐이었으니
각자 맘에 품고 사는 낙원이 있을 것이다.
나의 낙원 중 하나는 바다, 그것도 겨울바다이다.
겨울바다와 차가운 공기의 맛과 내음이 좋은 것도 있고,
사람이 많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첫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맘이 막막했던 때에 다음 해엔 잘 살아보겠노라고
모래사장에 찍고 왔던 내 발자국에 애틋함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마음이 막막했던 만큼 공기는 더 차갑게 느껴졌고 바다는 더욱 심오해보였다.
그리고 난 내 두 다리에 부딪치며 하얀 물거품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난 모래사장에서 내가 왔노라고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발자국이 파도에 씻겨 없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분명히 수 초 전에 확실히 있었던 발자국은 물거품과 하나가 되어 바다로 떠밀려갔다.
하지만 미련은 갖지 않았다. 영원히 바다를 보며 살 순 없으니
난 현재 그 곳에 서 있지 않다. 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살아간다.
분명 그 때의 내 마음은 바다 위에서 길을 잃은 것만큼 방향을 잃었었고 괜히 두려웠다.
하지만 그때 홀로 바라봤던
망망대해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던 노을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난 그 날의 노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난 여기에 있지만 약간의 낭만을 빌리고자 마음 한 조각은 두고 왔다.
지금도 내 두 눈엔 그 날의 노을이,
귓가엔 조용히 굽이치는 파도소리가,
입엔 차가운 공기가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