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罪人)

꿈을 꾸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을까

by S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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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마음이 가려져서라고

중얼거렸던 밤


빛이 필요했던 난

달빛 속으로 기어갔었다


그 성스러운 밤은

나와 달만의 거룩한 비밀


길을 택하고 길이 날 택하는

몇 번의 반복을 모아

사람들은 인생이라 부른다


택한 길을 걷고 기쁨과 절망을 겪고

그런 반복을 모아

사람들은 경험이라 부른다


안개가 선점한 길 위에 나는

얼마나 용기를 내어 가야만 할까


나를 비추는 달이 흔들리는 밤,

날 계속 비추길 바라는 맘


꿈을 품은 젊음은

꿈을 꾼 만큼 괴로워하다


꿈에 추월 당해

꿈이 되지 못한 자신을 끌어안고

또 괴로워한다


안개가 선점한 밤이 기운다

이 밤의 끝에 난 어떤 모습일까


나를 비추는 달이 부서지는 밤,

부서져 깨진 조각이 땅 위를 구른다


꿈을 품었던 젊음은

꿈을 꾼 만큼 괴로워하다


꿈에 추월 당해

꿈을 닮지 못한 자신을 끌어안고

또 괴로워한다


부서진 파편이 나뒹구는 길

빛바랜 조각에 내 얼굴을 비춰본다


꿈을 짊어진 만큼

무거움을 견뎌야 한다면


꿈을 꾼 것은 죄일까

꿈에 추월 당해


꿈이 되지 못한 자신은

결국, 죄인이 되는 걸까


달의 빛바랜 조각들을 주워 모은 밤,

난 여전히 조각들을 ‘달’이라 부르기로 했다.






가끔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베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꿈을 항상 내가 아는 곳에 둔다고 하더라도 내가 꿈에 가까이 가려 하지 않으면

꿈은 항상 그 곳에 있지 않는다. 꿈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린다.

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해서 꿈도 제자리에 있어주지 않는다.


난 사실 제자리걸음을 하는게 아니라 무시하고 지나온 세월만큼 뒤로 밀려나 있고

그만큼 꿈과 나 사이의 간극은 심오할 만큼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이 흘러갈 수록 더 깊어져만 갈 뿐이다.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꿈을 꿨다면 꿈을 꾼 자는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내가 꿈 앞에서 '죄인'으로 남지 않으려면 더 다가가려 애써야 한다.


혹, 꿈의 모양이 원래와 같지 않더라도 여전히 꿈을 품고 있다면

내게 여전히 '달'과 같은 꿈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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