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땅의 탓만 하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느 겨울,
입김이 차가운 공기에
동화(同化)되는 밤
아지랑이 같은 질문이
마음 밑바닥에서 피어오른다
‘나는 어디에서 온 걸까’
대답 대신 검푸른 하늘은
가만히 눈을 흩날려준다
얼어가는 계절 속에
하얀 눈과 하얀 입김
그 사이에 난 아지랑이처럼 서 있다
어째서 난 여기까지 온 걸까
손에 잡을 수 없는 뭔가를 쫓다
겨울까지 와버린 걸까
아무것도 잡지 못한 양손을
몇 번 쥐다 펴다 가만히
주머니에 넣을 뿐이다
무엇을 위해 난 태어난 걸까
갓난아이는 왜 울며 태어났을까
하얘진 거리는 침묵할 뿐
표백(漂白)된 세상에 탓을 하며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물음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
.
사는 의미를 쫓아 살다
사는 것을 잊어버린걸까
얼어버린 땅의 탓을 할 수 있는
유효기간도 끝나간다
무엇을 위해 난 살아가나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공명한다
얼어버린 땅의 탓만 하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
어느 겨울,
입김이 차가운 공기에
누그러지는 밤
아지랑이 같은 질문이
마음 밑바닥에서 다시 피어난다
‘나는 이 겨울을 버틸 수 있는가’
조금은 맑아진 하늘이
눈을 흩날리며 말한다
‘아래를 봐’
눈의 결정이 내려앉은 곳,
금이 간 얼음 사이로 새싹이 돋았다.
어느덧 짧은 가을이 가고 겨울의 초입에 서서히 접어드는 것 같다.
항상 좋은 것은 짧게 머무는 법. 이제 계절도 그렇다니 몹시 서운하다.
항상 겨울이 오면 몸보다 마음이 더 얼어붙는 게 걱정됐다.
몸은 외투를 껴입어 월동준비를 할 수 있지만, 마음은 무엇으로 따뜻하게 해야 하나.
길어지는 밤만큼 내 마음속 어둠도 길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겨울나기를 씩씩하게 할지 아님 겨우내 겨울잠을 잘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난 겨울을 제대로 나고자 한다. 겨울에 태어난 내가 스스로 겨울꽃이 되자고.
인동초처럼 꿋꿋하게 피어나자고 말이다. 올겨울도 잘 이겨낼 수 있길.
봄기운이 느껴질 때쯤 예쁜 새싹이 돋는 걸 기다리며. 겨울날에 따스함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