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오랜 여정이 되갰죠, 얼마나 멋진 여정이 될까요
by
Sehy
Oct 19. 2024
오랜 여정이었어요
그간 옳은 길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모르겠죠
오래 걸어왔어요
그리고 앞으로 갈 길은 더 멀겠죠
하지만 그것이 내 길이라면
나의 모든 걱정은 여기 두고 가겠어요
나의 두 손은 원하는 것을 얻을 준비가 됐거든요
그러니 나의 걱정은 여기 두고 갈게요
나의 두 손은 하늘을 향해 폈고
두 발은 앞을 향해
.
.
오랜 여정이 되겠죠
얼마나 멋진 여정이 될까요
내게 오렴, 내게 보여주렴
멋진 여정이 될 거에요
만일 내가 끝까지 갈 수 있다면
모든 걸 볼 수 있다면
그러니 나의 모든 슬픔은 여기에
가는 길에 날 붙잡지 않도록
이미 울어봤으니
그러니 나의 슬픔은 여기 두고 갈게요
나의 두 손은 과거를 모두 놓았고
두 발은 앞을 향해 갈테니
여행지 코스를 돌다 보면 방명록을 쓰는 곳이 있다.
잠깐 그곳에서 여행자는 물을 마시고 숨도 돌리고 계획을 짜며 다음 여정의 준비를 한다.
기나긴 여정을 위해선 다음 걸음을 위한 충전이 틈틈이 필요하다. 우린 이를 머리로 알고 있다.
하지만, 왠지 인생에서 종종 '쉼의 시간'이 올 때 불안해지는 건 견딜 수가 없다.
그럴 때 내가 꺼내 보는 영화가 바로
<와일드>
이다.
예전의 '내 인생은 이미 빗나갔어!'라며 필명의 성을 야성적이게도 Strayed로 바꿨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전소설 <와일드>의 동명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 와일드 포스터)
폭력적인 아빠로 인해 어두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주인공 셰일(리즈 위더스푼 役)은
가난한 유년 시절에도 자신을 온몸으로 지켜줬던 엄마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몇 년 후,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그녀의 유일한 버팀목마저 사라지자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 컴컴한 세상에서 날 홀로 두고 간 엄마에 대한 원망과 엄마에 상처를 줬던 말에 대한 후회,
인생을 비관하며 내다 버리고 살았던 시간에 대한 아까움 등이
머잖아 홀로 남은 그녀를 악몽처럼 덮쳤고 그녀는 자신이 한참 궤도를 벗어났음을 깨닫는다.
내가 내 인생 곡선에서 한참 벗어났다면 방법은 하나뿐.
내 손으로 다시 찾아오는 수밖에 없다.
셰릴은 이를 계기로 수천km를 걷는 와일드한 도전을 한다.
다시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자신을 찾기 위해.
영화 <와일드> 이미지
한번 빗나간 삶을 되찾기란 너무 어렵다. 어디만큼 내게서 멀어졌는지도 모르고
어딜 가야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난 무작정 찾으러 떠날 수밖에 없다.
가는 길에 내리는 비도 맞고 강바람도 맞고 발톱도 빠지고 여러 변수도 생길 것이다.
가는 길에 여러 번 지쳐 쓰러져 포기하고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여전히 자신은 잃어버린 대로 살아야 한다.
수십 년 인생에서 NG가 없는 사람은 없다. NG는 Not Good의 줄임말이다.
좋지 않을 뿐이지 완전한 Bad는 아니다.
그러니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면 잠깐 쉬고 길을 다시 나설 준비를 하면 된다.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쉼의 시간'은 귀한 시간이다.
그리고 충분히 쉬었다면 내 인생에 방명록을 남기고 떠나면 된다.
당신과 나의 다음 여정을 위하여
"슬픔의 황야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린 후에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영화 와일드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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