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모든 걸 데려가요, 우리 둘 다 결국..
어서 와요, 나의 방으로
문은 열려 있어요
어색한 첫인사는
헌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이리 와서 옆에 앉아요
둘러봐도 딱히
볼 만한 건 없겠지만
남아 있는 건 나 뿐이라
.
.
텅 빈 방에 남은 온기
그 끝을 잡고 숨을 쉬어요
심장은 지나는 바람에
귀를 기울여 외로움을 달래요
텅 빈 방을 둘러 봐요
제일 낮은 곳에 앉아 가만히
방은 주인을 보여준다죠
저는 이제 보여줄 게 없네요
시간은 모든 걸 데려가요
여기 당신도 내 사람이 아니죠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가겠죠
그러니 날 안아주지 말아요
내 볼에 손을 대지도 말아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지도 말아요
.
.
텅 빈 방에서 누군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묻지 말고
문을 닫아 줘요, 부탁해요
텅 빈 방에서 누군가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면
가만히 다가가 안아줘요
아니 안지 말아요, 부탁해요
시간은 늘 떠날 준비를 해요
여기 당신도 가방에서
작별을 어색하게 꺼내네요
괜찮으니 넣어두고 그냥 가요
우린 둘 다 지나온 시간의
부스러기일 뿐이니
.
.
이제 가요, 나의 방에서
문은 여전히 열려 있어요
어색한 작별인사는
떠나는 발소리로 대신해요
지나온 시간의 그림자는
가는 길에 다 버려요
간직할 것 하나 없는
우린 결국 시간의 부스러기
처음 에세이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인간실격>을 읽고 나서라면
계속 뭔가를 써야겠다고 재차 생각한 것이 영화<토니 타키타니>를 본 후이다.
가끔 영화를 보면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아 한동안 그 안에 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나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아 한참 생각나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나의 정서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완전히 영화에 동화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본 영화는 후자였다. 영화<레퀴엠>이나 <스틸 라이프> 를 봤을 떄처럼.
고독의 의인화였던 남자 주인공과 허영의 의인화였던 여자 주인공
남자는 본인 인생에 짙게 밴 고독을 사랑하는 여자로 지우려 했지만 될 수 없었다.
마치 신이 내린 형벌처럼 평생 고독하게 살 운명을 짊어진 것처럼.
결국 여자는 본인의 잘못된 욕망의 끝을 봤고
남자는 부재의 고독을 더욱 짊어져야 했다.
이런 남자의 쓸쓸한 운명을 나지막이 나타내는 OST 故류이치 사카모토 - Solitude
영화를 보고 난 후 몇 주동안 Solitude 를 들으며 한동안 이 영화를 되감으며 살았다.
고독에 몸부림치는 남자주인공을,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자주인공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