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정취

'오늘 밤도 그대의 그림자가 가장 슬퍼요'

by S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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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이 욱신거린다면

이제 밤이 되었다는 것


고독의 정취가 흘러나오는

이 어둠에 오늘 밤도 몸을

맡기면 되는 걸까


외로운 얼굴의 가로등은 나란히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키고 있네


‘오늘 밤도 그대의 그림자가

가장 길어요’라고 속삭이는

이 거리에서 달아나요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주는

마음 같은 건 잊어버려요


바람도 불지 않는 길에서

들려올 말 하나 없는 길에서


외롭다고 울부짖는 목소리는

오늘 밤은 누군가에 닿을까


외롭다고 발버둥 치는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해 끌어안고

나는, 다시, 고독의 정취에 몸을

.

.

그대의 마음이 꿈틀거린다면

다시 밤이 찾아왔다는 것


고독의 정취는 숨길 수 없어

옷으로 가리려는 한 사람은

눈물로 밤을 넘고


외로운 얼굴의 별들은 유난히

오늘 밤도 슬프게도 빛나네


‘오늘 밤도 그대의 그림자가

가장 슬퍼요’라고 속삭이는

이 밤에서 달아날 수 없으니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주는

마음 같은 건 고이 접어요


바람을 타고 올 말 하나

없는 밤엔 창문도 닫아요


외롭다고 울부짖는 목소리는

오늘 밤도 그대에 닿지 못했네


외롭다고 발버둥 치는 나는

잠들지 못해, 잠들지 못해

나는, 다시, 고독의 정취에 몸을





오후 열한시와 자정 사이의 시각,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밤

유난히 밤이 깊고 달은 크고 나는 작게 느껴지던 날이 있었다.

유달리 야근이 잦던 그 때, 몸에 힘이 하나도 없던 터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배고픔을 피로함이 이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때

늦게까지 켜져 있던 가로등이 고맙게 느껴졌었다.


아침해가 뜨면 다시 지친 몸을 일으켜 회사로 가야 하지만

그것은 잠시 잊고 밤의 한가운데를 난 걸어갔다.

곧 다가올 아침인데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 두 발이 날 이끌고 늦게나마 집으로 들어가던 때

나의 등을 밀어주던 달이 참 고마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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